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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협력이 필요합니다

monastery 2025. 5. 18. 01:10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협력이 필요합니다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한국 대주교

 

성 사도 바울로는 갈라디아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렸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디아 2,19-20)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당연히,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로는 이 부분에 대해, 다른 한 서신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고 죽어서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로마 6,4)

즉,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묻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께서 무덤에서 부활하신 것처럼 우리도 새 사람으로서 세례조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세례를 받은 후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새 사람’이었던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옛사람’과 한 가지 전쟁을 시작하게 됩니다. ‘옛사람’은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후 원죄와 욕망을 갖게 된 인간 본성을 가리킵니다.

 

이렇게 우리의 인생은, 끊임없는 내적 투쟁이 됩니다. 이 투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대체 어디 있을까요! 이 투쟁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하나가 되어 있을 때, 그리고 투쟁의 무기인 거룩한 성사들을 잘 활용할 때,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를 찾아와 우리를 강하게 해 주시고 도와주십니다. 즉, 하느님과 인간의 협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강하게 해 주시고 도와주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능력과 은총은 어떤 마법이나 마술과 같은 방법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작용하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성당에 한 번 나가거나 성화에 한 번 경배하는 것만으로 인생의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너무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우리가 공경의 마음으로 경배하는 성인들은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중보해 주시고 우리가 당신들을 본받도록 영감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은총은, 성인들의 중보를 통해,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보충해 주시고 완성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노력의 숯불’을 바치고, 하느님께서는 ‘성령의 불꽃’을 제공하셔서 거룩함의 불이 붙게 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바로 이 거룩함에 도달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부름 받은 자’들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부름 받은 자’를 넘어서 ‘선택받은 자’들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