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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monastery 2026. 1. 15. 01:10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보수적인 신자들과 진보적인 신자들이 있었고 또 지금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신자들은, 오래된 것은 이미 시도된 바 있어서 안전하지만, 새로운 것은 시도된 적 없기에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반면 진보적인 신자들은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고, 새로운 것은 진보를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두 의견 모두 잘못되었습니다. 시간은 사물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교회에는 변하지 않는 요소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대적 요소가 있습니다. 진보주의자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교리와 정신과 같은 변경할 수 없는 요소들을 바꾸거나 없애려고 한다면, 그들은 잘못을 범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보수주의자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시대적인 요소에 영원한 권위를 부여하려 한다면 그들 역시 잘못을 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복음경과 사도 바울로의 서신을 보면, 오늘날에는 적용되지 않는, 당대의 품행 예절과 관련된 조언들이 있습니다. 남성들이 수염을 기르는 문제나 여성들이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는 문제 등이 그러합니다. 

 

우리는 오직 신앙과 관련된 문제에서만 타협하지 않습니다. 그 외에, 예배의 언어와 음악, 예술, 전례 지침의 문제나 금식의 문제와 같이, 신앙 외의 부차적인 주제들은 각자가 소속된 지역 교회가 정한 바를 따릅니다. 

 

그러나 조심할 것이 있는데, 이렇게 부차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와 다른 관점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종교적 광신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따르고 하느님의 나라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야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자의적인 변호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그저, 신앙과 진리에 일치하는 우리의 삶의 모습으로써 증언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성 사도 바울로는 “사랑 가운데서 진리대로”(에페소 4,15) 살자고 권면합니다. 비난받을 만한 광신주의로 이어지는 사랑 없는 진리도, 용납할 수 없는 타협으로 이어지는 진리 없는 사랑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