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 않으면 거두는 것도 없습니다

심지 않으면 거두는 것도 없습니다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씨 뿌리는 자로서의 구세주 그리스도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한 가르침 두 가지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는 메시아가 떠들썩하게 세속적 권위를 갖고 오실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하느님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즉 어떤 사람은 구원으로 어떤 사람은 멸망으로 인도하지 않으시고, 모든 사람을 하느님 나라의 구성원과 상속자로 부르신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강제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 뿌려진 씨앗이 조용히 싹을 틔워 열매를 맺듯이, 사람들 마음 가운데 조용히 역사하는 것입니다.
뿌려진 씨는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 씨앗은 그리스도께서 직접 뿌리셔서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갑니다.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복음은 바로 그리스도 자신이십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절대적으로 진정한 말씀, 가장 참되고 값진 말씀, 부인할 수 없는 영적 권위를 가진 말씀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열매를 맺고 싹을 틔우기에 적합한 토양을 찾기 위해 인간 영혼의 문을 두드리십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뿌리는 일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으라”(마태오 28,19)는 그분의 명령에 따른 교회의 기초 사업이기도 합니다. 교회, 즉 성직자와 평신자들이 자신들의 일이자, 목적이자, 매일의 투쟁으로 삼아야 할 것은 바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믿음의 말씀’을 심는 것입니다.
농경 사회에서 씨를 심은 뒤 수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가꾸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시간을 주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확의 비유는 또한 최후의 심판 때 사람을 심판하실 하느님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농부가 모으고 거두어야 곡물이 수확되듯이, 최후의 심판 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선택해주셔야 우리는 하느님과 같이 영원히 하늘나라에 살게 됩니다. 반대로 하느님께 선택되지 않으면 하느님이 안 계시는 어둠의 세계에 살게 됩니다.
또한 씨앗은 땅에 뿌려져 없어지고, 밟히거나 훼손되고, 소멸되어 죽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는 바로 씨앗처럼 부활할 우리 육신의 부활을 상징합니다.
씨를 심지 않고는 거둘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뿌리지 않고서는 영적인 수확을 얻을 수 없습니다. 영적인 허기만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영적으로 굶주려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빵’, 즉 그리스도를 맛보지 못해서 영적으로 굶주리고 있습니다. ‘생명의 빵’을 먹으며 살지 않는 사람들은 영양을 취하기는커녕, 값싼 이데올로기와 타락한 삶의 부산물 따위로 살아갑니다. 그래서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여러 가지 문제를 겪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