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게오르기오스 대순교자 (축일 4월 23일)
훌륭한 근위대 장교
이 위대한 성인께서는 3세기에 소아시아 동부의 가파도키아에 있는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그러나 열 살이 되던 해에 성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리스도인인 어머니 뽈리흐로냐(Polychronia)는 아들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팔레스틴으로 돌아와 아들을 복음의 가르침에 따라 양육하였다. 잘 생기고 지적이며 예의 바른 태도를 지닌 성인께서는 열여덟 살에 군인으로서 복무를 하기 시작하였다. 뛰어난 기량을 보인 성인께서는 자신의 상관을 기쁘게 하여 로마제국의 근위대 사령관으로 빠르게 진급하였으며, 머지않아 최고위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었다. 한 번은 전투에서 승리한 뒤 가파도키아로 돌아오는 길에 팜필리아 지방의 아탈리아란 곳을 지나게 되었는 데, 그곳에서 무시무시한 용에게 붙잡혀 있던 왕의 딸을 구출해 내고는 그 괴물을 창으로 찔러 죽였다. 그러자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믿는 이에게 주신 이 놀라운 힘을 보고 감탄한 그곳의 이교도들 전부가 그리스도를 믿기로 결심하였다.
그리스도인임을 고백함
디오클레티안 황제의 대박해(304년경) 당시, 황제의 명에 따라 니코미디아로 가게 된 성인께서는 당신이 그리스도인임을 드러낼 때가 왔음을 직감하시고는 자신의 소유를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노예들 또한 자유를 주어 풀어주셨다. 그리고는 황제와 고관들이 모인 곳 한가운데 서서 무고한 그리스도인들의 피를 흘리는 일에 대해 비난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도 공개하였다. 너무도 당당한 이 젊은이의 언변에 놀란 황제는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근위병들더러 성인의 배를 창으로 찌르도록 명령하였다. 성인의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군인들의 창은 한 번 찌르고 나자 곧 말랑말랑한 물질처럼 흐느적거리며 휘어져 버려 못쓰게 되고 말았다.
갖가지 기적과 개종자들
다음 날 다시 황제 앞에 서게 된 성인께서는 똑같은 굳건함으로 그리스도를 고백하였다. 그러자 군인들은 성인을 날카로운 칼들 위에서 돌아가는 커다란 바퀴 모양의 고문대에 붙들어 맸다. 이윽고 바퀴가 돌자 성인의 몸은 서서히 조각조각으로 찢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인께서는 이 고통을 하느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극복하였다. 그리고 하늘로부터 흰 옷을 입은 천사가 내려와 성인을 풀어주었고, 모든 상처를 깨끗이 치료해주었다. 성인께서 온전해진 몸으로 황제 앞에 다시 서자 황제의 근위대 군인이었던 아나톨리오스(Anatolius)와 쁘로똘레온(Protoleon)이 큰 소리로 자신들도 그리스도를 믿노라고 소리쳤고, 그들은 즉시 목이 잘려 순교하였다. 성인에게 독을 먹여 죽이려던 한 마법사(魔法師)와 그 무리들 앞에서 삼백 년 동안 묻혀있던 한 사람을 살려내자 그 마법사는 성인의 발 앞에 엎드려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리스도를 받아들였으며, 이를 알게 된 황제는 마법사와 다시 살아난 사람의 목도 잘라 죽여 버렸다. 이 같은 성인의 기적들을 목격한 수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감옥으로 찾아와 복음의 진리를 배우거나 자신들의 병을 고치기도 하였다.
용기와 인내와 은총에 대한 신뢰
황제가 성인을 다시금 아폴로 신전으로 불러내자 성인께서는 짐짓 희생 제사를 바치려는 것처럼 꾸미면서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십자 성호를 그음으로써 우상 뒤에 숨어있던 마귀들이 벌벌 떨면서 앞으로 나와 그리스도만이 참된 하느님이라고 고백하게 만들었다. 마귀들은 도망쳤고 우상은 땅에 넘어져 산산조각으로 깨지고 말았다. 그러자 이교의 사제들과 군중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성인을 끌어냈다. 이때 알렉산드라 황후가 사람들 사이로 용감하게 나서서 ‘게오르기오스의 하느님이여, 오셔서 저를 도와주소서!’ 하고 소리쳤다. 그는 숨겨진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리고 황후는 성인의 발아래 쓰러져 평화로이 안식하였다. 그 후 성인도 또한 목이 잘려 안식하셨다. 성인의 하인 하나가 성인의 시신을 팔레스틴으로 옮겨 갔고, 성인을 기리며 세워진 성당에서는 수많은 기적들이 일어났다. 성인께서는 용기와 고난 속에서 갖는 인내 그리고 그리스도의 은총이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신뢰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실제적으로 보여주신 분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