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파나기스 케팔로니아인 사제 (축일 6월 7일)
케팔로니아 섬
성인께서는 1801년 그리스 케팔로니아 섬의 한 이름난 집안에서 태어나셨다. 어려서부터 활달한 지성(知性)과 성경 등의 거룩한 책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보여준 성인께서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보고, 학교를 책임지는 일을 하셨다. 이때 성인께서는 신앙과 애국적인 열정 사이의 모순을 피하고자(* 당시 그리스 이오니아 해의 섬들은 영국이 관할하고 있었으며, 1864년에 본토와 통합되었다.) 오래지 않아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디오스(Dios) 섬에 있는 블라헤르네(Blachernae) 수도원에서 수도사가 되었다. 그 후 어머니의 간청으로 릭수리(Lixouri)로 되돌아오긴 하였지만 금욕적인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상황이 어떠하든지 온 힘을 다하여 영적인 수련을 계속하셨다.
복음적인 삶의 실천
35세에 사제서품을 받은 성인께서는 거의 날마다 성찬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하며, 무엇보다도 복음적인 삶으로 본을 보여주셨다. 자선을 베풀고, 가난한 사람을 방문하며, 잃어버린 영혼들을 교회로 불러들였다. 성인께서는 교구 사제가 되기를 거절한 채 자그마한 성 스피리돈 수도원에 거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가슴속에 간직해온 영적인 보물들을 오십 년 동안 케팔로니아 섬의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나누어주었다. 그 섬에서 사셨던 예라시모스 성인(10월 20일)과 안티모스 성인(9월 4일)을 본받아 파나기스 성인께서도 사람들을 가르치고, 농촌지역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성당들을 돌며 예배를 드리는 일을 계속하셨다. 당신 가족의 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고, 그들을 당신의 자녀들처럼 돌보아주셨다. 성인께서 마을에 들어서면 가난한 여인들이 벌떼처럼 성인에게 몰려왔고, 성인께서는 당신의 먹을 것조차 포기하시면서 모든 것을 그들에게 주셨다.
‘그리스도를 위한 바보’
성인께서는 통찰력과 예언의 은사를 받으셨으며, 사람들의 영혼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에 그 능력을 쓰셨다. 불행한 죽음을 맞이할 사람에게는 고백성사를 하도록 권하였고, 큰 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에게는 은유적인 말로 경고를 하셨다. 그러나 이 같은 하느님의 풍부한 선물들도 성인의 ‘몸에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은 병’(고린토 2서 12:7)이 없었다면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사제가 되고 십 년쯤 되었을 때, 성인께서는 극심한 신경성의(nervous) 병으로 고통을 겪기 시작하셨으며, 자신이 죄인이기에 이같은 고통이 주어진 것이라고 여기셨다. 성인께서는 이 병으로 말미암아 말년에는 5년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 지내셔야 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성인께서는 예언과 교인들의 영혼을 돌보는 일을 중단하지 않으셨으며, 교인들도 성인의 집 문이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알아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사랑과 존경으로 성인을 찾았고, 이로써 성인께서는 전체 케팔로니아 섬의 영적인 삶을 이끄는 중심 역할을 결코 멈추지 않으셨다. 길고 고통스러운 병고를 십자가로 받아들이셨던 성인께서는 1888년 6월 7일 평화로이 안식하셨다. 이틀 밤과 이틀 낮 동안 구름처럼 몰려든 교인들이 성인의 시신에 경의를 표하였고, 이후 성인에 대한 공경과 기념은 케팔로니아 뿐 아니라 그리스 전역에서 멈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