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신앙/24인 수호성인

성 테옥티스티 수녀 (축일 11월 9일)

monastery 2020. 8. 29. 00:26

 

무인도에 홀로 남겨지다

성인은 9세기경 미틸리니(Mytilene, 지금의 레스보스[Lesbos]) 섬의 메팀나(Methymnia)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기도와 금욕적인 삶에 익숙해 있었다. 열 여덟살 무렵, 어느 밤에 여동생과 함께 이웃 마을에 머물고 있었을 때, 악명높은 니시리스가 이끄는 크레테 출신의 해적들이 그 마을을 덮쳤다. 해적들은 마을을 노략질하고, 성인을 포함하여 주민들을 노예로 팔기 위해 끌고 갔다. 그 다음날 모든 사람들이 파로스 섬으로 옮겨졌다. 해적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해변에 내려놓고 숫자를 세며 사람들의 몸값을 계산하는 사이, 성인은 숲이 우거진 곳으로 간신히 도망을 쳤다. 그 당시 섬에는 사람이 살지 않았었다. 미처 눈치를 채지 못한 해적들은 성인만을 섬에 남겨둔 채 떠났다. 홀로 남겨진 성인은 35년 동안 그곳에서 온갖 종류의 고난을 겪으며 살았다. 여름에는 태양빛에 그을리고 겨울에는 뼈속까지 파고 드는 추위와 싸우면서 성인이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들에 자라는 풀과 열매가 전부였다. 35년 동안 그 섬에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성모님의 도우심과 위로 속에 성인은 오로지 하느님과 교제하는 일에만 온 정신을 다 쏟았다. 

고통과 인내의 세월

긴 세월이 흐른 어느날, 한 사냥꾼이 우연히 성인이 있는 곳에 오게 되었다. 그는 일찍이 성모님께 바쳐졌으나 이제는 퇴락(頹落)해버린 그 웅장한 성당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렴풋이 누군가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려움에 떨면서 성녀는 자신이 벗은 몸이니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였다. 사냥꾼은 곧 자신의 외투를 벗어 던져주었다. 외투를 걸치고서야 사냥꾼 앞에 나타난 성녀의 모습은 기이하게 보였다. 머리카락은 햇빛에 바래 새하얗게 되어 있었고, 피부는 비바람에 시달려 가무잡잡하게 변해 있었다. 성녀는 살 한 점 없이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는데, 그 몸과 두 손발의 뼈들이 딱딱하고 주름진 피부에 뒤덮여 있어서 마치 그녀의 몸은 뼈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사냥꾼은 성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놀랐다.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기전 성녀는 사냥꾼에게 다음번에 올 때 꼭 성체와 성혈을 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였다. 그 다음에 사냥꾼은 약속한대로 성체와 성혈을 모셔 왔다. 성녀는 잠시 기도한 다음, 성체와 성혈을 영했다. 그리고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사냥꾼이 다시 들렀을 때, 성녀는 이미 안식한 상태였다. 그 선량한 사냥꾼은 눈물을 흘리면서 정성껏 성녀의 장례를 치르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