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stery 2023. 5. 31. 01:10

 

겸손

소티리오스 대주교


지난 시간 설교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며 “그리스도를 닮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투쟁의 기초가 ‘회개하며 살아가는 것’ 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 교회가 기원하는 것 역시 “하늘의 임금이시여, 당신은 선하시고 자애로우시니, 참회하고 감사드리는 우리를 받아주소서.”(대사순절 시작 전 용서의 대만과 중)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께 다가가서 당신을 닮는 데 필요한 요소에 다른 하나를 더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겸손해지기 위해서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이와 관련된 비유로 세리와 바리사이파 사람의 비유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세리가 실제로 회개하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기에 그를 의롭게 여기셨고, 반면에 바리사이파 사람은 그가 율법의 모든 규정을 형식적으로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단죄하셨습니다.

 

주님께서 구복단에서 즉 어떤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지 알려주시는 가르침에서, 겸손한 자들을 누구보다 맨 앞에 두시는 것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오 5:3) 겸손한 이들은, 세상의 구원을 위한 사랑의 마음으로 ‘최고의 겸손’에 도달하신 그리스도를 닮아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몸을 취하셨고, 사람들에게 핍박당하셨으며, 십자가 위에서 두 강도와 함께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합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이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오 11:28-29) 겸손하신 예수님은 겸손한 신자들을 쉬게 해 주실 테니 당신께 가까이 오라고 초대하고 계십니다. 또한 하늘나라는 그들의 것이라고 약속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주님의 이 말씀을 마땅히 감사히 여겼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또 그 말씀들에 주의를 기울였는지도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의 삶에서 겸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을 보장받는 데에도 겸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과연 이해했는지요! 겸손을 외부의 부패 요인으로부터 영혼을 보호하는 옷으로 생각하는 사도 베드로는 우리에게 “겸손의 옷을 입으십시오.”(1 베드로 5:5 참조)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겸손을 옷과 같이 입고 몸 위에 단단히 묶어서, 그것이 벗겨져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자에게 은총을 내려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우리 마음에 하느님의 은총이 있다면, 죄는 들어설 자리가 없고 우리가 우리의 성화를 위해 하는 투쟁은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되며 그리스도와의 따뜻한 친교가 지속적으로 보장됩니다.

 

사도 베드로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지속적으로 친교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한 우리 형제들과도 지속적으로 친교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에게 하느님으로부터 영감 받은 조언을 건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낮추어 하느님의 권능에 복종하십시오. 때가 이르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높여주실 것입니다.”(1 베드로 5:6) 아무튼 하느님께서 정하신 영적인 율법들은 영원한 권능을 지니며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도록 해야겠습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루가 14:11)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종종 적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기심이 가져다주는 불행한 결과를 겪지 않으려면, 모든 대가를 다 치러서라도 이기심이 우리 마음에 생겨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겸손하신 예수님께 어떤 교만한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리스도의 겸손함을 닮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세상에서 그리스도 곁에 설 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모든 사람을 당신 가까이 오도록 초대하시며 다음과 같이 권고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에게서 배워라. 그러면 너희의 영혼은 내 곁에서 안식을 얻을 것이다.” (마태오 11:28-29 참조) 주님은 다가올 세상에만 관심이 있으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세상에서도 우리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안식을 누리며 살기를 원하시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들은 바와 같이, 겸손이라는 이 위대한 주제에 관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제자들은 겸손이란 우리가 하느님을 닮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임을 여러 번 언급하셨습니다. 또한, 교회의 거의 모든 교부들도 겸손의 정신에 대해 말했습니다. 교부들의 글에서 발췌한 몇 가지를 인용하며 오늘 설교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먼저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성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겸손은 아주 위대하고 거룩한 일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과 겸손과 동등하지 않다. 내가 겸손에 대해 말할 때, 이는 우리가 말로써 외치는 ‘겸손’이라는 단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만이 보실 수 있는 생각, 영혼, 의식 속에 있는 ‘겸손’을 가리킨다. 우리에게 이 미덕만 있어도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은총을 베풀어주시기에 충분하다.”

 

롱기노스 원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천사들조차 하늘에서 심연으로 떨어지게 했을 만큼 교만이 모든 정욕 중에 가장 큰 것이듯, 겸손은 모든 미덕 중에서 가장 큰 덕이다. 겸손은 회개한 죄인을 심연에서 하늘로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한 큰 힘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교부들의 다음과 같은 권면을 소개합니다. “겸손을 얻으려고 노력하십시오. 그것은 우리 그리스도의 향기요, 옷입니다. 겸손은 천국의 낙원을 여는 문입니다. 겸손은 유일하게 온유하고 마음이 겸손하신 그리스도가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서 보기를 원하시는 것은 오직 겸손의 덕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그분의 신성한 은총에 맡기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