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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말라

monastery 2024. 1. 18. 01:10

 

걱정하지 말라 (마태오 6,22-33)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대주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들은 복음 말씀은, 우리가 실천하기에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어떻게 걱정이 세상을 지배하는 곳에서, ‘걱정하지 말라’는 복음 말씀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창조주보다 피조물을 더’ 숭배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 말씀을 전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마음에 걱정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그 걱정을 모두 없애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통해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셨는지, 이 말씀으로 오는 결과는 무엇인지, 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걱정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당장 우리 눈앞에 닥쳐있는 일이나,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당신의 가르침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자연과 관련된 비유를 사용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저 새들을 보아라. 그들은 농사를 짓지도, 수확을 하지도, 남은 식량을 저장하지도 않지만, 하늘의 아버지께서 먹여주신다. 들판에 있는 꽃들을 보아라. 그들은 누구에게 부탁하지도, 부지런히 일하지도 않지만, 이 세상의 그 어떤 위대한 왕들보다도 더 화려하다.” 하느님이시며 스승이신 주님께서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삶에 대해 고통스러울 만큼 걱정하는 것을 멈추어라. 너희에게 삶이라는 귀중한 선물을 주신 하느님을 신뢰하면 그분께서 너희의 삶을 잘 보살펴 주실 것이다... 너희는 과연 초조함과 스트레스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느냐? 어느 누가 관리를 잘한다고 하여 자신의 키를 팔뚝만큼 더 늘릴 수 있겠느냐?”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을 없애버리라고 충고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우리는 주님과 주님의 말씀에 대하여 믿음과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는 주님의 말씀과 주님의 전지전능하심에 대한 믿음은, 우리가 삶에 대해 무관심해도 되고, 게을리 살아도 되고, 비현실적인 낭만만 가지고 살아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말라’는 ‘일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입니다. 주님께서 예시로 말씀하셨던 하늘의 새들은 절대 게으르지 않습니다. 새들은 둥지를 짓기 위해,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야생의 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꽃들은 살기 위해 물을 빨아들이고 호흡을 합니다. 하지만 새와 꽃들은 이 모든 수고를 인간처럼 초조하고 걱정 어린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침착하게,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리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결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삶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으십니다. 우리더러 게으름뱅이가 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는 계획들을 세워, 그것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추구해 나가는 것을 반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반대하시는 것은, 우리가 주님의 전지전능하심과 자비하심과 거룩하심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드는, 지나치고 유난스러운 걱정입니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는 물질만능주의적인 삶을 반대하시는 것입니다. 또, 우상숭배와 다름없는 ‘끝없는 탐욕’에 반대하시는 것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오늘날의 현대사회 속에서 많은 이들은 재물과 과소비를 신처럼 떠받들고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합리적인 이성으로 올바르게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광고에 영향을 받아, 무엇이 정말 필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지, 무엇이 적당하고 무엇이 과한 것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영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시대의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자녀와 후손들에게 ‘게으름’이 무엇이고 ‘노동’이 무엇인지, ‘걱정’이 무엇이고 ‘현명한 소비와 관리’가 무엇인지, ‘초조함과 불안함’은 무엇이고 ‘노력’은 무엇인지, 우리의 좋은 본보기를 통해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걱정하지 말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충실히 따르면서,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