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신앙/오늘의 축일

[3월 17일] 성 알렉시오스 수도자

monastery 2024. 5. 2. 01:10

Ὁ Ὅσιος Ἀλέξιος ὁ ἄνθρωπος τοῦ Θεοῦ

 

성 알렉시오스 수도자(3월 17일)


결혼식날 도망친 신랑

성인은 아르카디오스 황제가 통치하던 시절(395-408) 로마에서 태어났으며, 경건한 귀족으로서 원로원 의원인 아버지 에피미아누스와 어머니 아글라이스는 오랫동안 자식을 갖지 못한 끝에 성인을 낳게 되었다. 성인은 어린 시절과 소년기에 훌륭한 교육을 받았으며, 부모는 성인의 나이가 들자 로마의 귀족가문 처녀와 혼인을 하도록 준비하였다. 그런데 결혼식날 밤 약혼녀와 한 방에 들게 되었을 때, 거룩하고 완전한 순결을 사모하던 성인은 약혼반지를 돌려준 다음 몰래 도망을 쳤다. 배를 잡아타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 맡긴 채 항해하던 성인은 한 상인 무리[隊商 대상]를 만나 메소포타미아의 에데사(Edessa)로 향하였다. 

 

숨겨진 하느님의 사람

그곳의 한 성당에 들어간 성인은 성당 입구(narthex 나르텍스: 신자들은 이곳을 지나 성당 안쪽의 회중석으로 향한다.)에서 17년을 보내면서 다 떨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고, 기도하러 오는 신자들이 베푸는 자선과 음식에 의지하여 살았다. 그러는 동안 성인의 아버지는 사방으로 사람들을 보내 아들을 찾게 하였다. 한편 성인의 어머니는 삼베옷을 걸치고는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어떤 위로도 마다하며 살았고, 약혼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슬픔을 견디며 어떤 소식이라도 있을까 애를 태우고 있었다. 마침내 오랜 기간이 흘러 사람들이 이 ‘하느님의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고, 성인에게 존경을 표하기 시작했다.

 

주님의 겸손을 본받아 사심

그러자 성인은 곧바로 그곳을 떠나 배를 탔는데, 바람이 반대로 불어(아니면, 하느님의 섭리로) 배는 로마의 항구에 닿았다. 성인은 뜻하지 않았던 이 결과를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머뭇거림 없이 부모 집으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성인은 거지처럼 구걸하며 살았고, 아버지는 그가 잃어버린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으로 자신의 밥상에서 남은 음식들을 아낌없이 성인에게 가져다주었고, 성인은 그것을 다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다시 17년을 보냈다. 자신의 마지막이 다가옴을 알게 된 성인은 자신의 생애에 대해 기록한 다음 평안히 안식하였다. 이후 성인의 성해는 교황과 황제에 의해 공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