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되어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
나는 가족들만이 아니라 친구들과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말, 행동, 모든 것들이 나를 짜증스럽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 마음대로 되지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 우리는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천사들과 더불어 살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 자신과 마찬가지인 사람들, 즉 결점이 많고, 성격도, 취미도, 좋아하는 것도 서로 다른 사람들과 살고 있습니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도 서로 관심사가 다르며 생김새도 다른데 형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오죽이나 서로 다르겠습니까? 싫든 좋든 간에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더불어서 살아야 합니다. 그들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로 개조시키겠다고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사도 바울로가 제시합니다.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다하여 사랑으로 서로 너그럽게 대하십시오."(에페소 4,2) 그렇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 있으면 다른 사람의 거슬리는 성격이나 약점도 참아 줄 수 있고, 인내가 있으면 그들이 잘못을 고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으며, 온유함이 있으면 부드럽게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충고해 줄 수 있습니다. 겸손이 있다면 자신의 잘못을 먼저 깨닫게 되어 상대방이 잘못을 하더라도 쉽게 분노하지 않게 됩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잘 풀리리라는 희망을 갖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루가 10,27)고 하신 주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일도 다른 사람의 약점에 짜증 내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흔히들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 잘못한 일들은 잘 기억하면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남에게는 이것저것 요구하면서 자신은 남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사도 바울로는 "저마다 제 실속만 차리지 말고 남의 이익도 돌보십시오."(필립비 2,4)라고 충고했습니다. 이는 남이 내게 무슨 잘못을 했느냐를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잘못을 남에게 저질렀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남이 내게 잘해 주어야 나도 남에게 잘해 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남도 나에게서 똑같은 것을 바랄 것이고, 그럴 경우 나와 남 사이에는 평화가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와 남이 서로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황금의 법칙"을, 즉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루가 6,31)라는 가르침을 우리 생활에 적용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남들이 도와주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그들이 어려울 때 여러분이 먼저 그들을 도와주십시오. 남이 여러분의 잘못을 눈감아 주기를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이 그들의 잘못에 대해 먼저 너그러워지십시오. 내가 먼저 남들에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진정한 사랑으로 그들을 감싸 주면서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우리를 똑같은 방식으로 대할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은총으로 집안에서나 집 밖에서 우리 모두의 관계가 평화로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