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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그분을 위해 고난을 겪는 것

 

그리스도를 믿는 것과 그분을 위해 고난을 겪는 것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성 사도 바울로는 필립비인들에게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위하는 특권을, 곧 그리스도를 믿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위하여 고난까지 겪는 특권을 받았습니다.”(필립비 1,29)

 

즉, 우리는 매우 중요한 두 가지를 받은 것입니다. 첫째는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고, 둘째는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을 받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믿음을 그리스도께서 주신 귀한 선물로서 받아들입니다. 믿음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고, 그리스도께 마음을 여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아주 귀중하고 값진 선물입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것을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정말이지, “모든 사람이 다 믿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데살로니카 전 3,2)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성인은 “믿음은 서두르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부르시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강요하지는 않으십니다.

 

믿음이라는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게는 축복이 있습니다. 그들은 튼튼한 반석 위에 삶을 세우기 때문에 인생의 모진 풍파와 거센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믿음이라는 선물은 그리스도를 위해 겪는 “고난”이라는 선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충실하고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겪을 희생에 대해서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기꺼이 고난과 고통도 겪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딜레마를 만납니다.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쉽고 편한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른 길을 택해야 합니다. 이 선택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그리스도를 위해 고난을 겪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처럼 물리적인 순교와 고문을 겪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 ‘양심의 순교’를 겪습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진실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것인가.’

-‘억울함을 당하는 약자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부당함을 행사하는 강자의 편에 설 것인가.’

-‘내 유익을 희생해서라도 정의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부당한 방법을 써서라도 이익을 추구할 것인가.’

-‘정직함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취할 것인가.’

-‘어떤 경우라도 내 원칙과 신념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경우에 따라서 원칙과 신념을 저버릴 것인가.’

 

이것이 바로 “믿음”과 함께 가는 “고난”입니다. 하느님이 주신 이 두 선물을 받아들이고, 두 가지를 모두 결합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진정 복되고 행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