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2025년 부활절 • 총대주교 메시지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 

2025년 부활절 메시지


새 로마-콘스탄티노플의 대주교이자 세계 총대주교인 하느님의 종 바르톨로메오스는
영광 속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은총과 평화, 자비가 온 교회에 임하길 기원합니다.

 

지극히 존경하는 형제 주교들과 축복받은 자녀 여러분,

 

하느님의 자비와 능력에 힘입은 우리는 기도와 금식으로 위대한 대사순절의 바다를 지나 마침내 찬란한 부활절 축일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죽음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시고 죽은 자들 가운데 부활하심으로써 모든 이들이 다시 낙원에 들어갈 길을 열어주신 영광의 주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부활은 과거에 있었던 어떤 사건에 대한 기념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선한 변화”, “새로운 탄생, 다른 삶, 새로운 삶의 방식, 우리 존재 자체의 변화”(니싸의 성 그레고리오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관하여, PG 46, 604)입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인류와 함께 새롭게 됩니다. 우리가 부활절 까논의 3오디에서 “이제 하늘과 땅과 땅 아래에 있는 모든 것이 빛으로 가득 찼도다.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라. 그 안에서 모든 것이 확립되었도다”라고 부를 때, 이는 온 우주가 굳건히 세워지고 꺼지지 않는 빛으로 충만해졌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기원전(그리스도 이전)”과 “기원후(그리스도 이후)”라는 구분은 단지 인류의 역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온 창조 세계 전체에 대해서도 해당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것은 복음의 핵심이며, 신약성서의 모든 내용뿐 아니라 정교인의 예배 생활과 경건함의 확고한 기준점입니다. 정말이지,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라는 말 안에는 교회의 모든 신학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죽음의 권세가 폐지되었음을 경험하는 삶은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의 원천이며, “이 세상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입니다. 교회의 한 성가는 “부활의 소식을 듣고 모든 것이 기쁨으로 가득 찼도다”라고 선언합니다. 이처럼 부활은 ‘큰 기쁨의 폭발’로서 교회의 삶 전체와 그 정신과 사목 활동을 가득 채우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영원한 나라에서 누리게 될 생명과 지식과 기쁨의 충만함을 미리 맛보게 해 줍니다. 정교회 신앙과 비관주의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부활절은 우리에게 자유의 축제이며, 사람을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는 모든 세력에 대한 승리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가 교회화되는 사건이며, 세상의 변화를 위한 협력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역사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스러운 자유’(로마 8,21)를 향한 여정으로서, ‘하나의 위대한 부활절’이 됩니다. 부활의 경험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유의 중심과 종말론적 차원을 드러냅니다. 구세주의 부활에 대한 성서의 증언들은 신자들이 지닌 자유의 힘을 드러내며, 바로 이 자유 안에서만 ‘위대한 기적’이 드러납니다. 이 기적은 어떤 강제나 억압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구원의 신비는 그것을 강요당하는 자가 아니라, 스스로 원하고 바라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성 막시모스 고백자, 주기도문에 관하여,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자에게, PG 90, 880) 신자가 그리스도께 나아가는 ‘건넘’으로서 하느님의 선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인류에게 사랑과 구원으로 다가오신 그 ‘건너심’에 대한 자발적이고 존재론적인 응답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나 없이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는 주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부활의 신비는 오늘날에도 하느님을 부정하는 자들의 실증주의적 확신을 산산이 부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 것을 ‘인간 의지를 부정하는 것’으로 간주하거나, ‘하느님 없이 자아실현이 가능’하다고 믿거나, 현대 시대가 낳은 ‘인간-신(神)’을 숭배합니다. 미래는, 자아도취적이고 폐쇄적이고 좁은 지상의 삶에 갇혀 있는 자들의 것이 아닙니다. 부활 없이는, 영원에 대한 전망 없이는, 참된 자유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계 총대주교청에 있어 이러한 부활의 기쁨의 원천은 올해 온 그리스도교 세계가 부활절을 함께 기념한다는 사실에도 있습니다. 또한, 니케아에서 열린 제1차 세계 공의회가 올해 1700주년을 맞는 것도 우리에게 기쁨을 줍니다. 이 공의회는 ‘삼위일체의 한 위격이신 성자, 곧 하느님의 아들이자 말씀을 격하’시킨 아리우스의 이단적 주장을 단죄하였고, 구세주의 부활 축일 날짜를 계산하는 방식을 정립했습니다.

니케아 공의회는 교회의 공의회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즉, 지역 수준의 공의회에서 전 세계적 공의회로의 전환을 이룬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제1차 세계 공의회는, 성서에는 직접 나오지 않지만 전승으로 내려오던 ‘동일본질’(μοούσιος)’이라는 용어를 ‘신앙의 신조’에 도입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부 하느님과 같은 본질을 지닌다는 뜻의 이 용어는 명확한 구원론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오늘날까지도 교리의 본질적인 특징이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위대한 기념일을 기리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아닙니다. ‘니케아의 정신’이 여전히 교회의 삶 속에 살아 있고, 교회의 일치는 공의회적 정체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1차 세계 공의회에 대한 논의는 공통된 그리스도교적 원형들이 어땠는지를 상기해 주고, 우리의 흠 없는 신앙을 왜곡하는 것에 대항한 투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우리가 교회 전통의 깊이와 본질을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합니다. 올해 ‘가장 거룩한 부활절’을 함께 경축하는 것은 이 주제의 시의적절성을 보여주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니케아 공의회의 결정을 모든 그리스도인이 존중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처럼 거룩한 주제에는 어떠한 차이도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자각하는 것에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으로, 부활의 빛과 기쁨으로 가득 차서, 온 세상에 기쁨을 주는 인사말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를 외치면서, 죽음으로 죽음을 이기시고 모든 사람과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을 주신 구세주에 대한 믿음을 온 마음으로 고백하면서, 세계 총대주교청의 거룩한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우리 이웃에 대한 위선 없는 사랑을 표현하면서, 이 거룩한 부활절을 기념하도록 합시다. 이는 하늘에 계신 주님의 이름이 우리 모두를 통해 영광 받으시기 위함입니다.

 

2025년 거룩한 부활절에

 

부활하신 주님께 여러분 모두를 위해 열렬히 간청하는

† 바르톨로메오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