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을 비롯한 성인들과의 친교
그리스도인들은 서로의 영적 생활을 돕기 위해 중보기도를 합니다."올바른 사람의 간구는 큰 효과를 나타냅니다"(야고보 5,16)라는 성서 말씀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따라서 경건한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는 효력이 있지만, "이 세상을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필립피 1,23) 있게 되면 더 이상 효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리스도교 초창기 순교자들의 묘비명에는 하느님 나라로 떠나간 이들에게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영적 생활을 깊이 하고 성령의 은총으로 깨달음을 얻게 되면, 자신의 죄를 더 깊이 뉘우치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죄에 얽매인 모든 영혼에 대한 연민이 깊어지고, 그들을 위한 기도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이처럼 현세에서 기도하는 사람이 영광의 나라에 들어가면 더 많은 이유로 기도를 계속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성 요한이 본 환시에서도 "향의 연기가 성도들의 기도와 함께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게”(묵시록 8,4)됩니다.
성인 공경과 교회의 신앙
교회의 눈에 보이는 지상 공동체와 눈에 보이지 않는 천상 공동체 사이에는 끊임없는 기도의 친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력에서 날마다 성인들의 기념일로 봉헌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분들께 바치는 찬양가에는 그분들의 삶과 영적 투쟁이 담겨 있으며, 그분들의 중보를 청하는 간구도 함께 드려집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여러분에게 일러 준 지도자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이 어떻게 살다가 죽었는지를 살펴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받으십시오"(히브리 13,7)라고 한 사도의 권고를 따르는 것입니다.
교회는 성인들의 영적 투쟁과 승리를 기리면서 하느님의 구원 역사와 성령의 활동을 찬양합니다. 성인들 안에서 이미 실현된 구원을 보며, 현재 영적 투쟁을 하고 있는 교회의 지체들이 나아가야 할 목표를 깨닫는 것입니다.(필립피 3,12; 14)
성인들 중 으뜸이시며 언제나 찬미받으셔야 할 분은 은총을 가득히 받은 분이시며, 평생 동정녀이신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님이십니다.(루가 1,28; 48) 성모님을 비롯해 세례자 요한, 사도 요한, 그리고 수도생활을 한 모든 성인 안에서, 동정성은 타락 이전에 지녔던 영예를 되찾았습니다.(창세기 2,25) 이처럼 수도생활은 그리스도께서 제시하신 삶의 길 중 하나입니다.
성인 공경과 기도를 통한 성인들과의 친교는 교회의 살아 있는 체험입니다. 이 체험이 부족한 이들은 성인들의 친교를 기도의 친교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교회는 성삼위이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 외에 그 누구도 흠숭하지 않습니다. 성인들은 하느님의 은총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공경'의 대상일 뿐, '숭배'의 대상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