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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어느 성탄절에 일어났던 일

 

어느 성탄절에 일어났던 일

 

성탄절 성찬예배를 마친 니키타스 씨는 부인과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가 주차된 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때 어떤 아이가 다가와 "아저씨, 성당 계단에 지갑을 떨어뜨리셨어요"라고 말했다.

 

놀란 니키타스 씨가 뒤를 돌아보자 여덟 살쯤 된 창백한 아이가 지갑을 들고 서 있었다. 어떻게 해서 아이가 자기 지갑을 갖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던 니키타스 씨는 조금 전 성당을 나서면서 입구에 구걸을 하던 사람 하나가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아마 그때 도움을 주고 지갑을 호주머니에 제대로 넣지 않은 모양이었다. 뒤따라오던 아이가 그것을 보고 지갑을 주운 것이다.

 

아이는 지갑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고 그대로 가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직한 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는 몸이 몹시 말랐고 너덜너덜 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이름이 뭐지?" 니키타스 씨가 물었다.

"야니입니다." 아이가 수줍은 듯이 대답했다.

"너 얼굴이 창백하고 몸이 너무 말랐구나. 혹시 어디 아프니?"

"아빠는 얼마 전에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가 일을 해서 먹고살았는데 지금 엄마가 많이 아프세요. 열도 많이 나고요. 그래서 엄마 병을 고쳐 달라고 아기 예수님께 기도하기 위해 오늘 성당에 왔어요." 아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이가 불쌍해진 니키타스 씨와 부인은 아이를 차에 태워 우선 자신들의 집에 들러 음식과 옷을 챙긴 뒤 함께 아이의 집으로 갔다. 아이의 엄마는 고열에 신음하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니키타스 씨의 부인은 얼른 부엌에 들어가 환자를 위해 죽을 끓이고 아이가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그동안 니키타스 씨는 의사를 데려왔고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약을 사 왔다.

 

친절한 가족의 보살핌을 받은 덕분에 아이의 엄마는 곧 건강을 회복했다. 하지만 니키타스 씨의 호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과부가 된 아이의 엄마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구해 주었고,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는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신이 학비를 부담해 주기로 했다.

 

그 후 아이의 엄마는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가족을 위해 매일같이 그리스도의 성화 앞에서 기도를 드렸고, 또 친절한 가족을 자신들의 집으로 인도해 주신 하느님에게 감사를 드렸다. "하느님은 과부와 고아들을 붙들어 주신다"(시편 146,9)라는 성서 말씀을 아이의 엄마는 실제로 경험한 것이다.

아이 또한 엄마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러 성당에 왔다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고 가난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되었다.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사람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들어주신다는 사실을 아이는 확신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