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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이론을 넘어 실천으로

 

이론을 넘어 실천으로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한국 대주교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의 특징은 안타깝게도, 교회에 입문할 때 배운 내용이나 성서에서 읽은 내용, 또는 설교로 들은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모든 성인들의 공통된 특징은 ‘행동’과 ‘실천’이었습니다. 성인들은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목적이 단순히 배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감에 있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우리에게 이론을 가르치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순절 날 베드로 사도가 첫 설교를 했을 때, 그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찔려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형제 여러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사도행전 2,37) 즉, “이 얼마나 멋진 설교입니까!”라고 하거나 “우리는 이 설교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물은 것입니다.

 

한 젊은이는 사막에서 수행하던 원로 수도사를 찾아가 “스승님, 제가 진정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말씀 한마디만 해주십시오.”라고 요청했습니다. 어떤 이론을 배우기 위해 한 말씀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말씀을 요청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역사적 사실을 배우기 위해서 복음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가기 위해서 복음경을 읽습니다. 우리가 교회의 설교를 듣는 것은, 수업이나 강의를 통해 하듯이 우리가 몰랐던 어떤 내용을 새롭게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성찬예배에 참여하는 것은, 마치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듯, 예배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하느님의 나라에서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성인들의 삶이 담긴 성인전을 읽는 것은 그분들의 생애를 세세하게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인들의 삶을 본받고 따르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복음 말씀을 적용하지 않은 채, 정교회 가르침의 이론적 지식만 쌓아가는 데 관심을 둔다면, 우리가 배운 지식은 어떠한 영적인 열매도 맺지 못할 것입니다. 즉, 우리가 배운 이론을 실제로 행하지 않으면, 이론적 지식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마치, 노동법에 관한 모든 법 조항을 암기했지만, 실제로는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던 군중 속에서 한 여인이 “당신을 낳아서 젖을 먹인 여인은 얼마나 행복합니까!”라고 큰 소리로 외쳤을 때, 예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가 11,2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