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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잊혀진 미덕

 

잊혀진 미덕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감사’는 잊혀진 미덕입니다. 요즘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일과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 필요조차 못 느끼곤 합니다. 

 

그러면, 감사라는 미덕에는 어떤 조건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감사는 대인 관계 속에 자리합니다. 

감사는 ‘나’와 ‘너’ 사이에 있습니다. 즉, 감사는 얼굴을 마주 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한 사람은 무언가를 필요로 하고, 다른 사람은 그 필요를 채워줍니다. 우리는 영혼 없는 기계들이 잘 작동하여 우리 일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기계들에 고마워하지는 않습니다. 

 

2. 감사는 자유롭게 행해진 일에 대해 느끼는 감정입니다. 의무적이나 강제적으로 행해진 어떤 일에 대해 감사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우리의 어떤 권리를 행사할 때, 감사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법이나 합의, 계약 등에 따른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권리가 충족되었을 때 고맙다고 말할 수는 있겠으나, 이는 예의상의 표현일 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감정은 아닙니다.

 

3. 감사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합니다.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은, 그것을 받는 사람(수혜자)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하며, 그 사람을 무시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 교만함과 거만함으로 행한다면, 감사는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지게 됩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는 증오나 혐오가 생겨나게 될 것입니다.

 

4. 감사는 마음의 친절과 정신적 건강의 표시입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준 은인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함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오직 “하느님의 가족”(에페소 2,19) 안에서만 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또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로마 8,29)이시며 우리 모두의 첫 번째이자 위대한 은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제들로서, 감사의 미덕을 기를 수 있고 정신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