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찬식의 참된 의미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먹고 마심으로써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고린토 전 11,29)
우리가 알다시피 초대 교회나 교부들께서는 단죄를 피하기 위해 아예 성체를 영하지 않거나, 성체성혈 성사의 의미가 손상될까 두려워 하느님의 선물을 거부하는 것을 올바른 태도라 보지 않았습니다. 사도 바울로 자신도 분명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인 윤리의 기초이자 영성의 원천이 되는 성찬식의 분명한 '역설적 의미'를 깨달아야 합니다.
사도 바울로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르고 여러분의 몸을 사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고린토 전 6,19~20)
이 말씀은 사도 바울로가 그리스도인들에게 보내는 끊임없는 호소의 요약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구원의 신비에 합당하게 살아야 합니다. 구원과 구속, 화해, 그리고 값을 치르고 사신 것은 이미 우리에게 거저 주어졌고, 우리의 몸이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오직 은총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을 뿐입니다. 즉, 우리가 구원받았기 때문에 구원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가 구원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구원은 오직 하느님께 받는 선물임을 증명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고린토 전 3,23) 이 말씀처럼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의 것이며,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 있고, 동시에 끊임없이 그리스도의 것이 되어가야 합니다.
사도 바울로의 이 가르침은 그리스도인의 일상과 성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뿌리가 되는 핵심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이 긴장은 결코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마음속에서 육체적 욕망으로 부패한 옛사람과, 세례를 통해 죽고 다시 부활하여 하느님을 닮아가는 새로운 사람 사이의 영적 긴장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성인들이 밝히셨듯,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의 첫 번째 열매는 바로 자신의 무가치함(합당하지 않음)을 겸손히 깨닫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사람일수록, 그 엄위하신 분 앞에서 피조물인 자신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무가치한 존재인지를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영적 긴장은 바로 성사적 삶에 그 근원과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에 가까이 다가갈 때, 우리는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는 거룩한 신비의 그물에 걸려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만약 내가 '자격이 없고 가치 없다'는 이유로 성체성혈을 멀리한다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사랑과 화해와 생명의 선물을 거부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요한 6,53)
그러나 동시에 성서는 경고합니다.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먹고 마심으로써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고린토 전 11,29)
이 역설적인 말씀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제가 성찬식에서 성체성혈을 들어 올리며 "이 거룩한 몸과 피는 거룩한 이들에게 합당하나이다"라고 기도할 때, 이는 본래 초대 교회에서 신자들을 성찬으로 초대하는 선포였습니다. 이에 신자들은 "거룩한 분은 주님 한 분,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아버지를 영접케 하는도다."라고 응송합니다.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는 오직 거룩한 이들에게만 합당합니다. 하지만 거룩하신 분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기에, 인간적인 기준의 자격으로는 그 누구도 이 문에 들어설 수 없습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께서 무한한 사랑과 자비로 우리를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1베드로 2,9)으로 삼아주셨습니다. 그분께서 내려주시는 거룩함이 없다면, 우리는 이 거룩한 선물을 드릴 수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거룩한 성찬에 나아가 그것을 받아 모실 수 있도록 우리를 자격 있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노력이나 가치가 아니라, 오직 '주님의 거룩함'입니다. 니콜라스 카바실라스의 말은 이 신비를 아름답게 요약해 줍니다.
"아무도 스스로 거룩한 사람은 없다. 거룩함은 인간의 수덕(修德)의 결과가 아니라 그리스도로부터, 그리스도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다. 마치 태양 아래 놓인 거울이 눈부시게 빛나고 그 빛을 반사하지만, 실상 모든 것을 밝혀주는 빛은 단 하나뿐인 태양으로부터 오는 것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