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 축일의 유래
교회는 2세기부터 주님의 탄생과 세례를 율리안 달력의 1월 6일에 같이 경축하며 하느님께서 나타나신 날이라는 의미에서 신현 축일이라고 불렀다.
콘스탄틴 대제가 330년경 베들레헴에 바실리카 양식의 성당을 건립하고 '탄생의 전당'이라고 이름 붙인 다음, 로마 교회는 성탄을 신현 축일에서 분리하여 새 태양력의 12월 25일로 정했다. 당시 율리안력의 1월 6일이나 새 태양력의 12월 25일은 둘 다 동지에 기준을 두고 축일로 정해진 것이다. 동지가 지나면 낮이 점점 길어지므로 빛의 권세가 어둠의 권세를 누른다는 뜻으로서 그리스도 탄생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 후 이런 관례가 동서 전역에 퍼져 두 축일이 분리 경축되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성탄 축일과 신현 축일을 같은 날에 같은 의식으로 경축하였기 때문에 분리 경축한 다음에도 이 두 축일에 같은 형식의 의식을 거행하고 대등한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하였고 교회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이날은 또한 그리스도께서 세례받으신 날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세례받기를 원했으며 세례 준비를 위해 전날인 5일에는 완전히 금식하였고, 가족 친척들도 세례자를 위해 기도하면서 금식하였다. 그 관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1월 5일을 중요한 금식일(모든 동물성 육식을 금하고 채식만 한다)로 정하고 세례로 성화된 자신을 다음날 거행되는 대성수식으로 더욱 성화시킨다.
세례 성사에는 물을 축성하는 의식이 있으며, 이 축성된 물에서 세례를 받는다. 당시에는 이날이 세례일이었기 때문에 물을 축성하는 의식이 반드시 있었다. 그 관습에 이어져 성수식을 거행하게 되었으며, 그 성수로 가내를 축성하고 다음 날 신현 축일에 거행하는 성수식으로는 신자 각자의 영혼과 육신을 더욱 성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성수식 기도에서 이렇게 기원한다.
"이 물이 축성의 선물이 되어 우리 죄를 사하고 영혼과 육신을 치유하며 모든 것에 유익하게 되도록 기도드리나이다."
1월 5일의 성수식에서 축성된 성수는 보통 가정과 소유물에 뿌려 우리 주변을 거룩하게 하는 데에 쓰이며, 1월 6일에 거행되는 성수식의 성수는 우리의 영혼과 육신을 거룩하게 하는 데에 쓰인다.
그러므로 신자는 성수를 가정에서 일 년 내내 보관하면서 육적 영적으로 나약해졌을 때, 아침 공복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마심으로써 심신을 거룩하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