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상에 행복이 있을 수 있는가?
'우리는 행복한가?'
이 질문에는 뭔가 애매모호한 점이 있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행복에 관한 질문을 자주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행복이란 무엇이고, 그 행복이라는 것이 얼마 동안 지속하는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리지 않고서는 이 질문은 애매모호할 수밖에 없다.
돈이 많은 것이 행복일까?
호강하며 잘 지내는 것이 행복일까?
무한한 권력을 휘두르는 게 행복일까?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일까?
행복은 건강해야 있는 것인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많은 행복의 조건들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것들이 행복이라면, 돈이 없을 때는 행복도 없을 것이다. 건강할 때 행복이 있다면, 아플 때는 행복이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하고 같이 있는 것이 행복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는 행복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여기서 말하는 행복에는 이런저런 조건이 붙는다. 그런데 그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는 행복은 다른 문으로 나가 버린다. 이러한 행복관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일반화되다시피 하였다. 또 그런 현상을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우화가 생각난다. 그 요점을 말하면 이렇다.
옛날 어떤 시골에 암말 한 마리를 가지고 있는 농부가 있었다. 농부에게 그 말은 대단히 소중한 재산이었다. 농부는 그 말로 모든 농사일을 했다. 그러던 말이 어느 날 동네 산으로 도망가 버렸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걱정해 주었다. 그런데 말 주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해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동네 사람들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물었다.
"말이 없어졌는데 속상하지도 않으시오?"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어떻게 알아요?"하고 남의 일같이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 집 말이 제 발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냥 온 것이 아니라 야생말 수컷 몇 마리를 데리고 왔다. 말 한 마리밖에 없던 농부는 갑자기 말 부자가 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그의 횡재를 축하해 주기 위해 모여들었다. 이번에도 말 주인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무표정했다.
"아니, 이렇게 공짜로 말이 몇 마리씩이나 생겼는데도 기쁘지 않으시오?"
동네 사람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어떻게 알아요?"하고 받아넘겼다.
그런데 암말에 묻어온 야생말들은 무척이나 거칠었다. 그래서 그 집 큰아들이 가장 거친 말에게 길들이기 훈련을 시작했다. 그러나 잘되지 않았다. 어느 날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 소문을 들은 동네 사람들은 이번에도 뛰어와 그를 위로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농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태연했다.
"아니, 아들이 저렇게 다쳤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시오?" 이번에도 그의 대답은 똑같았다.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인지 어떻게 알아요?"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에 이웃 나라와 전쟁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 고장 청년들은 다리를 다친 사람들을 빼놓고 모두 다 군에 입대하여 전쟁터에 나갔다. 그 후 전쟁에 나간 청년들은 다 전사하고 말에서 떨어진 청년만 살아남았다.
이것이 중국의 시골 우화다.
그러면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행복의 기본 요건인 내적 안정과 평화로 인도할 어떤 확실한 처방이라도 있단 말인가? 분명히 있다. 그것이 사랑의 처방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그 사랑이 어떤 사랑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랑은 대범하고 너그럽고 넓은 마음을 말한다.
그 사랑은 남에게 베풀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 사랑은 그 속에 악의와 오만과 멸시가 있어서는 안 되며, 남을 경멸해서는 안 됨을 말한다.
그 사랑은 아무런 불미함도 없음을 말한다.
그 사랑은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그 사랑은 분노하지 않고 이웃에게 악의를 품지 않으며 이웃으로부터 입은 피해를 따지지 않는다.
그 사랑은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않으며 진실이 통하는 것을 보고 기뻐한다.
그 사랑은 이웃 형제의 부족한 점을 덮어 주며 잘못을 탓하지 않는다.
그 사랑은 자제력을 잃은 형제를 볼 때 그가 고치게 되리라는 믿음과 희망과 인내로 그를 대한다.
그 사랑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이 사랑이 우리를 내적 평형(平衡)으로 안전하게 인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