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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좀벌레

 

좀벌레


우리 영혼 속에 잠식하여 평화를 갉아먹는 좀벌레가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모든 처지를 불평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중에는 그 어떤 것도 만족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이나 상황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하여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참을 수 없어 합니다.

마찬가지로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그래서 어느 것 하나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주위의 사람들, 특히 가족들이나 오랜 시간 같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안겨 줍니다. 또한 그들과 공존하는 그 자체가 큰 짐이 됩니다. 꼭 무엇이 부족해서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사소한 일이나 아무 이유 없이 불만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은총을 풍성히 받고 있으면서도 항상 불평할 만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일명 영적 불평을 하는 부류도 있습니다.

“나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만큼 충분히 하지 못해, 죄인일 뿐만 아니라 사랑도 미덕도 갖추지 못했어”라고 끊임없이 불평입니다. 물론 하느님 앞에 의로운 이라고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죄를 인정치도 않으면서. 바리새인처럼 자신을 과시하기 위하여 습관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넘치는 은총과 선물을 받고 있으면서도 이 모든 것을 망각하고, 자신이 꼭 필요로 하는 것조차 갖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불평의 근본적인 이유는 이기심입니다.

불평을 일삼는 사람들은 만사가 이웃의 생각이나 희망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영성 생활로 다듬어진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불평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이라 받아들이고 항상 거기에 만족해합니다. 자신의 이웃을 사랑하고, 즐겁게 타인을 위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희생합니다.

자산보다 더 많이 가진 자를 질투하지 않으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고, 미래에 대해서도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불행이 닥치더라도 온전히 하느님의 사랑에 신뢰하면서 평화를 지켜나갑니다.

항상 감사하며, 하느님 안에서 위로받고, 어떤 외부적인 상황에서도 불평 없이 대처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주님의 지상의 삶 중에서, 고난과 사람들로부터의 배신, 그리고 “머리 둘 자리” 조차 없으시면서, 비난과 조롱 속에서도 평화를 잃지 않으셨으며, 기쁘게 아버지께 신뢰하셨던 그분을 본받는 것입니다.

또한 감옥에서의 속박된 생활과 일상에 꼭 필요한 것까지 부족했던 성 사도 바울로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분은 불평보다는 그 반대로 필립비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쓰셨습니다. “나는 어떤 처지에서도 자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필립비 4,11~12)

이 말씀은 내가 가진 것으로 모든 처지에서 만족하는 것을 배웠고 부족한 중에서 참고 겸손할 줄 알고 풍부하게 가지고 있을 때라도 자만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배가 부르거나 배고프거나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내부에 있는 부질없는 생각들을 몰아내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신자들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과 불평은 상존할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