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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시작은 사람이 하고 끝맺음은 하느님께서 해 주신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구원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시작은 사람이 하고 끝맺음은 하느님께서 해 주신다


잠언에 이런 말씀이 있다. “전시에 대비해서 병마를 준비하더라도 승리는 주님께 달려 있다”(21,31).

이 말씀은 사람이 제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하고 어떤 일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성패는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뜻이다. 물론 어떤 일을 추진할 때 우리는 가능한 모든 준비를 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일에는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현명한 솔로몬은 그의 잠언에서 전쟁의 승리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고 그 도우심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영적 투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든 방면에서 우리의 영적 생활이 더욱 경건할 수 있도록 준비하며 우리의 믿음과 덕을 쌓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우리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시고 도와주셔야 된다.

우리의 준비와 노력은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지향일 뿐이지 결과는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향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응답이 있어야 이루어진다. 그래서 '시작은 사람이 하고 끝맺음은 하느님께서 해 주신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군인은 기도로 그의 정신을 연마하고 그의 마음을 무장한다. 그리고 더욱 격렬한 영적 투쟁을 위해 끊임없이 영적으로 수련하며 그의 신앙적인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구원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사업가는 날마다 물질적인 것을 영적인 것으로 바꾸고 지상적인 것을 천상적인 것으로 끌어올리고 썩어 없어질 것을 썩지 않는 것으로 변화케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구원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농부는 그의 영적 밭을 잘 간다. 그리고는 거기에 날마다 좋은 씨앗인 하느님의 말씀을 심는다. 그리고 거기에 물을 주며 피와 같은 잡초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원은 하느님께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파라오의 무적의 병마도 홍해의 파도를 감당하지는 못했고, 바빌로니아 포로 시대에는 그 풍부한 금은보화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평상시에는 아무 일이 없다가도 예기치 않던 일이 닥치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이것은 우리의 준비와 능력만으로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입증해 준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완전하게 영적으로 무장하고 준비한 성인들도 죽음의 시간이 오면 그다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과연 그들이 땀과 노력으로 쌓은 덕을 하느님께서 받아 주셨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주님께서 “너희는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저희는 보잘것없는 종입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하고 말하여라”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여 그 결과는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시도록 기원하면서 “오, 주님이시여, 우리를 도와주시고 구원해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