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로 계신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성부와 성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많이 말씀해 주셨으니, 이제 성령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성령은 어떤 분이신가요?
많은 사람이 성령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러시아 사로프의 세라핌 성인의 제자였던 모토빌로프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루는 모토빌로프가 "세라핌 신부님, 제가 어떻게 하면 성령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까요?"라고 세라핌 성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때가 겨울이었고 세라핌 성인과 모토빌로프는 바깥을 거닐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세라핌 성인이 말했습니다.
"나를 바라보게. 지금 내 모습이 어떤가?"
"신부님, 신부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요. 신부님 얼굴이 너무도 빛이 나서 눈이 부시거든요." 모토빌로프가 대답했습니다.
"그 외에 어떤 게 느껴지나?" 세라핌 성인이 다시 물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눈 위를 걷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제 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집니다.”
"그 외에 또 어떤 게 느껴지나?" 세라핌 성인이 또다시 물었습니다
"아주 좋은 향기가 느껴집니다. 모든 게 얼어붙었고 주변에 꽃이 있을 리도 없는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얼마 후 세라핌 성인의 얼굴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고 성인은 모토빌로프에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조금 전 나는 성령께 당신의 특성을 몇 가지 드러내 달라고 빌었다네. 자네가 성령이 무엇이며 어떤 작용을 하는지 느낄 수 있게 말일세. 자네는 내 얼굴이 태양처럼 빛나는 것을 보았다고 했는데 그때 자네의 얼굴 역시 빛나고 있었지. 성령은 이처럼 우리가 영적인 생활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우리의 길을 비춰 주신다네.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고 했지? 성령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열심히 투쟁할 수 있도록 우리 영혼을 믿음과 사랑으로 따뜻하게 채워 주신다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일하며 열렬한 마음으로 주님을 섬기십시오"(로마서 12,11)라고 하신 사도 바울로의 말씀처럼 우리가 주님을 열심히 섬길 수 있도록 성령은 우리 영혼을 영적인 불꽃으로 뜨겁게 해 주시지. 자네가 느꼈다고 하는 좋은 향기는 성령이 선물로 주시는 향기라네. 성령과 친교를 맺으며 사는 사람들에게 '성령은 사랑, 순결, 인내, 절제와 같은 온갖 좋은 것들을 선물로 주셔서'(갈라디아 5,22~23 참조) 그들의 영혼이 내뿜는 향기를 다른 사람들이 맡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네."
세라핌 성인은 성령에는 여러 특성이 있지만, 특히 세 가지 특성이 있음을, 즉 성령은 우리를 비춰 주시는 빛이시며, 우리의 영혼이 주님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뜨겁게 불타오르도록 해주는 불길이며 우리 영혼에 덕을 선물로 주시는 영적인 향기임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실 우리 정교회 신자들은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을 때 이미 성령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몸은 성령이 머무시는 거룩한 성전이 되었습니다. '(고린토 전 3,16 참조)
그런데 성령은 견진성사에서만 역사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다른 예식에서도 다음과 같이 역사합니다.
▹ 세례성사에서 성령은 우리가 세례를 받는 물을 거룩하게 해줍니다.
▹ 성찬 예식에서, 특히 신성한 감사 성사에서 성령은 거룩한 예물을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로 변화시킵니다.
▹ 성유성사에서 성령은 기름을 거룩하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사제가 이 기름을 우리에게 발라주면 우리의 질병이 낫게 됩니다.
▹ 신품성사에서 성령은 신품성사를 받는 보제, 사제, 주교에게 성직의 은총을 전해 주어 그들이 교회의 거룩한 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줍니다.
오순절 조과 성가 중에 성령에 관한 이런 성가가 있습니다. "성령은 빛이며 생명이시며, 지혜입니다. 성령은 우리의 잘못을 씻어주며, 빛에서 나온 빛으로서 우리에게 영적인 은사를 전해줍니다. 모든 예언자와 사도들은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