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하느님의 말씀 (1편)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지혜로 완벽한 조화와 섭리를 유지하는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기억합시다."

 

하느님의 말씀 (1편)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찬예배와 각종 예식에서 드리는 연도와 성가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삼위일체의 두 번째 위격이신 하느님의 아들을 ‘말씀’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성가 가사를 볼까요?.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영생하시는 독생자시여…"· 또는 "헤루빔보다 고귀하시고 세라핌보다 더 영화로우신... 하느님의 말씀을 낳으신 이여, 당신께 찬양을 드리나이다.".

 

하느님의 아들을 왜 ‘말씀’이라고 하는지 우리는 그 이유를 묻고 배운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예식서의 내용을 근거로 이 뜻을 깊게 알아보는 것도 우리에게 유익할 것입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아 기록된 기도문이나 성가는 특별한 의미를 전달해 줍니다. 우리가 예배에 참례해서 기도문과 성가를 보고 들을 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듣기만 한다면 이것은 마치 목마른 사람이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가면서도 갈증 해소를 위해 물을 마시지 않고 그냥 지나감으로써 결국에는 갈증을 해소하지 못한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말씀’이라는 용어는 아주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복음 저자 요한은 복음 기록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말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요한 1,1~3) 

여기서 말씀이란 누구를 가리킵니까? 여러분이 이해하는 것처럼 성령의 영감을 받은 복음 저자 요한은 성 삼위일체의 하느님께서는 아들이신 ‘말씀’을 통해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요한복음 1장 1절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첫 구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창세기 1,1) 그리고 계속해서 어떻게 세상을 창조하셨는지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겨났다."(창세기 1,3) 그리고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창조하기 전에 먼저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으로 해와 별, 나무와 식물, 바다에는 물고기를 땅에는 동물이 생겨났습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하느님께서 입으로 소리를 내셨다는 의미일까요? 

 

이 시점에서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서는 어떤 수준 높은 의미를 전할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에 비유해서' 말한다는 것입니다. 즉 형상이나 닮은 것에 대한 비유를 사람이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하는 겁니다.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면 복음서의 '말씀'(로고스)이라는 단어를 창세기에서는 ‘말씀하셨다’(eipen)라는 동사로 표현합니다. 이 두 단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합니다. '하느님의 아들로부터' 또는 '하느님의 말씀으로부터'라는 의미는 하느님께서 창조를 이루는 말씀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같은 의미를 시편에서는 시적으로 표현합니다. "주님의 말씀으로 하늘이 펼쳐지고, 그의 입김으로 별들이 돋아났다.”(시편 33,6) 

이런 내용을 신앙의 신조에서도 정확하게 고백합니다. "그리고 또 오직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모든 세대에 앞서 성부로부터 나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빛으로부터 나신 빛이시요, 참 하느님으로부터 나신 참 하느님으로서 창조되지 않고 나시어 성부와 일체이시며 만물이 다 이분으로 말미암아 창조되었음을 믿나이다."

 

여기에서 강조할 내용은 하느님의 아들은 항상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뜻대로 행동하신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앙의 신조 제1조에서 우리가 믿음을 고백할 때 먼저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 전능하시고 하늘과 땅과 유형 무형한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믿나이다"라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성자에 대해 고백합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창조하실 때, 하느님 아버지는 모든 것을 하느님의 말씀인 아들을 통해서 창조하셨고, 성령이 활기를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이렇게 세 위격이 서로 협력해서 세상을 창조하셨고 그 결과는 완벽하고 훌륭했습니다. 성서에서 말하기를 천지창조를 완성하시고 나서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 31)라고 적은 겁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은 완벽했습니다.

 

예언자이자 왕이었던 다윗은 우리가 만과에서 읽는 아름다운 시편을 통해 위대한 하느님의 창조를 인상 깊게 표현하고 있으며, 마지막 문장은 이것에 대해 감탄하는 내용으로 마무리합니다. "주여, 손수 만드신 것이 참으로 많사오나 어느 것 하나 오묘하지 않은 것이 없고 땅은 온통 당신 것으로 풍요합니다."(시편 104,24) "주의 영광은 영원하소서."(시편 104,3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당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언급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께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인간을 다른 창조물과 구분하여 특별한 방법으로 창조하셨음을 기억합시다. 또한 우리를 위해 유일하고 놀라운 온갖 좋은 것들로 세상을 꾸며주셔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 주신 것에 대해 찬양 드립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지혜로 완벽한 조화와 섭리를 유지하는 세상을 창조하셨음을 기억합시다. 지구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먼 곳에서 움직이는 수십억 개의 은하와 별들은 하느님 말씀의 전능하심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당신의 거처인 성당으로 우리를 부르실 때, 자격을 갖추고 들어온 우리는 예배를 드리면서 큰 영광을 받았음을 느껴야 합니다.

우주의 창조주이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우리의 말을 들으시고,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고, 우리에게 축복하시기 위해 오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소중한 것은 우리에게 주님의 거룩한 몸과 피를 주시고 주님과 연합시키시고, 우리를 거룩하게 해주시는 것입니다. 

참으로 주님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영광의 크기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열정과 갈망 그리고 신성한 사랑과 기쁨으로 주님을 만나고 예배를 드리도록 교회에 들어와야겠습니다. 

그리고 성찬예배가 거행되는 동안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느낍시다. 그리하여 예배에 집중하고, 유일한 은총인 주님의 현존하심과 주님께서 주시는 거룩한 은총을 받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