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는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악마를 멸망시키시러"(히브리 2,14) 이 세상에 오셨는데, 왜 아직도 악마는 세상에 해를 끼치며 활개 치는 것인가요?
우리가 잘 알다시피 하느님께서는 모든 창조물에 자유의 의지를 주셨습니다. 물론 사람들과 천사들에게도 주셨습니다. 에오스포로스와 그를 따르는 천사들은 자만심으로 인하여 하느님과 대립하였고, 그 결과로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졌으며 하느님의 창조물들을 괴롭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죄를 짓고 하느님과 대립하는 인간을 당장 심판하시지 않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사탄도 벌하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영광 속에 다시 오시리라."라고 신앙의 신조에서 고백하고 있듯이 이러한 심판은 주님의 재림 때 최후의 심판에서 이루어질 것입니다.
사탄이 전능한 존재가 아닙니다. 사탄이 할 수 있는 일은 유혹하고 속이고 괴롭히는 일뿐입니다. 그래서 사탄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40일 동안 광야의 산에 계실 때 주님을 유혹하였습니다.
이처럼 사탄은 인간을 유혹하고 속이고 괴롭힙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사탄도 악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사탄은 오직 인간의 악한 선택을 통해서만, 그 자신의 악을 실현할 수 있는 기생적인 존재입니다.
인간 없이는 사탄이 구축한 악의 제국은 단 하루도 연장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탄은 어떻게든 사람들을 유혹하고 속여 악의 지배 아래 두려고 안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셨듯이 우리도 믿음을 가지고 주님을 의지하면 사탄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는 그 작은 순간 하나 하나가 악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순간이고, 동시에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이제 사탄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탄의 책략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고린토 후 2,11)라고 사도 바울로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은 사탄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또 성 사도 요한께서 "여러분은 강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지니고 살며 악마를 이겨냈습니다."(요한1서 2,14)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르는 삶을 통해, 사탄을 날마다 정복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사탄의 괴롭힘을 받지 않으며,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을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필립보 4,13)라고 사도 바울로께서 말씀하셨듯이 겁낼 것이 없습니다. 성체성혈 성사를 통하여 주님을 모시게 되면 더욱더 강한 사람이 됩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톰께서는 "우리가 성체성혈 성사를 영하고 성당 밖으로 나온 모습이 사탄에게는 불을 뿜는 무서운 사자로 보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해하기 위해 우리 곁에 다가오지 못합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렇기 때문에 신비의 성사로 인하여 그리스도와 하나가 된 사람들에게는 사탄이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드시 확신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