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신 그리스도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찬예배를 비롯한 모든 예식에서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빛으로 부릅니다. 성찬예배에서 성체성혈을 받고 나서 "우리는 참 빛을 보았고"라고 찬양하는 것도 한 예입니다. 그리고 신앙의 신조 2조에서는 "하느님의 외아들이시며 빛으로부터 나신 빛이시오"라고 고백합니다. 이렇게 성찬예배에서 주님을 참된 빛으로 부르는 것은 성서에 근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불멸의 빛이시며, 참 빛이시고, 세상의 빛이십니다. 신성한 영감을 받은 요한복음 저자는 복음의 시작 부분에서 모든 인간을 비추는 이 빛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증언을 듣고 믿게 하려고 온 것이다. 그는 빛이 아니라 다만 그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요한 1,6-9) 그리고 주님께서는 자신을 직접 이렇게 선포하셨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요한 12,46)
물론 전부가 빛이시며 신성한 그리스도의 본질을 사람이 지닌 육신의 눈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나약한 인간으로 하느님의 본질을 안다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십니다. "그분은 홀로 불멸하시고 사람이 가까이 갈 수 없는 빛 가운데 계시며 사람이 일찍이 본 일이 없고 또 볼 수도 없는 분이십니다."(디모테오 1서 6,16)
하느님의 본질을 태양에 비유해서 설명해 봅니다. 사람은 태양의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태양 중심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사람은 하느님의 본질을 직접 겪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태양이 지구에 제공하는 유익한 에너지를 만끽할 수는 있습니다. 유익한 에너지란 빛이나 뜨거운 열기 등등을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해 태양의 유익함보다도 더욱더 큰 가치를 지닌 신성하고 유익한 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비가 온 후에 태양은 빛으로 일곱 색깔의 무지개를 나타냅니다. 그리스도의 빛도 비슷합니다. 다양한 특징으로 나타납니다. 그중에서 세 가지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그리스도의 빛은 하느님의 지식을 제공합니다.
참된 하느님을 알고 그분과 연결되도록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십니다. 성찬예배에서 거룩한 복음경을 봉독하기 전에 사제는 이렇게 기도를 합니다. "자애로우신 주님이시여, 지혜의 빛이 우리 마음에 빛나게 하시며, 우리 마음의 눈을 뜨게 하시어 주님의 복음을 깨닫게 하소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지식을 우리가 얻는 것입니다. 지금은 혼돈된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특히 수많은 종교와 이단들이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세우는 오늘날에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지식은 특별히 성찬예배에서 나타나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우리가 성찬예배를 참례할 때, 단지 참된 하느님과 소통하고 친교하거나 성서 말씀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더욱 소중한 것은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하느님과 합일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성체성혈을 받고 나서는 감사를 드리고 주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우리가 참 빛을 보았고 하늘의 성령을 받았으며 삼위일체를 경배함으로써 참 신앙을 얻었으니 이는 우리가 구원을 받았음이니라"
둘째, 그리스도의 빛은 신자가 자신의 영적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영혼을 깊게 비춰줍니다.
우리 몸을 엑스레이로 촬영하여 문제가 있는 곳을 발견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빛은 우리 내면을 비추어 영혼을 병들게 하는 암 덩어리 같은 모든 종류의 죄를 깨닫게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영적 의사를 찾게 하여 영적인 문제를 치료받고 병이 깨끗이 나을 수 있게 합니다.
셋째, 그리스도의 빛은 우리 지성의 눈을 열어줍니다.
그리하여 복음의 진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게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왜곡하고 잘못 해석하고 하나인 거룩한 그리스도 교회와 적이 되는 이단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찬예배 집전자는 복음경을 읽기 전에 이렇게 기도드리면서 간구합니다. "자애로우신 주님이시여. 지혜의 빛이 우리 마음에 빛나게 하시며, 우리 마음의 눈을 뜨게 하시어 주의 복음을 깨닫게 하소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정교회 신자들은 참되고 신성한 빛의 유익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큰 특권입니까! 그러므로 정교회 예배에서 항상 그리스도의 빛을 언급하고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가령, 미리 축성된 성찬예배에서 "그리스도의 빛이 모든 이에게 비칠지어다." 구세주 변모 찬양송에서 "하느님 그리스도여, 주는 산에서 변모하시어 제자들이 이해할 만큼 영광을 나타내셨도다. 테오토코스의 중보로서 우리 죄인들에게도 영원한 빛을 비추시는 이여, 주께 영화로다."
그리고 대영광송 첫 부분에서도 그리스도의 빛이 언급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이요, 주의 위대한 영화(영화는 빛을 의미합니다.)에 대하여"
특별히 주님의 축일 기간에는 신성한 빛을 설명해 주는 아름다운 성가를 기쁜 마음으로 부르면서 우리는 그리스도께 감사를 표합니다!
- "범접할 수 없는 빛이신 구세주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로 나타나셨을 때 어둠과 그늘 속에 있는 자들에게 빛을 베푸셨나이다." (신현 엑사뽀스띨라리온)
- "세상을 밝히신 빛으로부터 나신 빛이신 우리 하느님 그리스도시여, 세상에 나타나신 하느님께 우리는 경배드리나이다." (신현 에니)
초대교회 때부터 시작된 '화사한 빛'이란 성가를 대만과에서 부를 때마다, 우리 영혼은 평화와 주님에 대한 간절함을 느낍니다.
그리스도의 빛이 새해에 우리가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비춰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