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의 성해(聖骸)
그리스도인들은 초대 교회 때부터 순교자들의 성해를 공경하고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서'라는 책에서 하느님께서는 주 후 4세기 초에 이탈리아 밀라노의 주교에게 두 분의 순교자 시신이 묻힌 곳을 환상으로 보여주셨다고 기록했습니다. 이 두 순교자는 주 후 64년에 로마 제국 네로 황제의 박해를 받고 순교했던 프로타시오스와 게르바시오스 성인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3세기가 지난 후까지도 이 두 순교자의 몸이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도록 지켜 주셨습니다. 사람들은 두 성인의 성해를 파내어 값진 관 속에 넣은 후 성당으로 운반했는데, 운반 과정에서 귀신 들린 사람들의 병이 낳는 등 많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중에는 이런 기적도 있었습니다. 밀라노에는 오래전에 시력을 상실한 한 소경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행렬을 벌이자 무슨 일 때문이냐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고, 사람들은 두 성인의 유해를 성당에 안치하러 가는 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소경은 자신을 성인들의 관 가까이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고 사람들이 그를 관 앞으로 데려다주었습니다. 소경이 관에 친구를 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자, 행렬이 잠시 멈추었고 소경은 눈물을 흘리며 관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수건을 관에 올려놓고 눈을 뜨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 후 그 손수건으로 자신의 눈을 덮었다 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기적은 즉시 사방으로 퍼졌고 사람들은 하느님을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성인들의 성해는 많은 기적을 일으켰고 지금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톰은 성인들의 성해는 마귀를 쫓는 힘이 있으며 믿음과 존경의 마음으로 경배를 드리는 신자에게 큰 축복이 함께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느님의 은혜가 성인들의 성해와 함께 한다는 증거가 바로 성해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입니다. 성인들의 성해에서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향기가 납니다. 그 예로 주 후 202년에 순교한 하랄람보스 성인의 성해에서는 아직도 향기가 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시고 기적으로 우리 병을 고쳐 주시기 위해 당신의 교회에 성인들의 성해를 값비싼 보물로 남기셨습니다.
하느님의 특별하신 축복으로 우리 한국 정교회는 세계 각지에서 또 주후 2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에 사셨던 24인의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성해를 청평에 있는 수도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10월 3일은 그분들을 공동으로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이 축일에 우리는 수도원에서 성인들의 성해에 공경을 표하고 각자가 당면하고 있는 크고 작은 여러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그분들의 도움을 청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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