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성찬예배에서 복음경 입당 때 "너는 멜기세덱처럼 영원한 사제이로다."라고 입당송을 부르는 것을 듣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예수 그리스도와 멜기세덱은 어떤 관계가 있습니까?
창세기 14,18~20에서는 멜기세덱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그는 살렘, 즉 예루살렘의 왕이었고,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였습니다. 아브람이 적들을 쳐부수고 포로였던 조카 롯과 그의 가족들을 구출하였을 때, 멜기세덱은 아브람을 만나 '빵과 포도주'를 제공하고 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아브람은 멜기세덱에게 자기가 가진 것 전부의 십 분의 일을 바쳤습니다.
예언자이고 왕이었던 다윗은 시편 110편에서 멜기세덱에게서 메시아의 사제직을 보았습니다. : "너는 멜기세덱의 법통을 이은 영원한 사제이다."(시편 110,4) 성 사도 바울로는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신에서(7장) 이 구절을 설명하면서 아브람도 멜기세덱을 자신보다 더 높은 사제로 인정하였고, 구세주 그리스도의 사제직이 아브람의 후손들, 즉 대사제 아론과 그의 계승자들보다 더 높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잘 아는 바와 같이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낮은 지위의 사람에게 축복해 줍니다. 아브람은 멜기세덱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브람은 왕에게 바치듯, 진리품의 십 분의 일을 멜기세덱에게 바쳤습니다.(2절) 또한 사도 바울로는 멜기세덱의 이름에서 그리스도와 멜기세덱의 닮은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멜기'는 왕을 뜻하고 '세덱'은 정의를 뜻합니다. 즉 멜기세덱은 '정의의 왕'이라는 뜻입니다.(2절)
그리고 성 요한 크리소스톰은 "참 정의의 왕인 그리스도의 본이 될 만한 사람이 멜기세덱 말고 누가 있을 수 있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예언자들도 메시아가 정의의 왕이 될 거라고 미리 말하고 있습니다. (이사야 32,1, 예레미야 23,5, 즈가리야 9,9 참조)
또한 멜기세덱이 왕으로 있었던 도시의 이름, 예루살렘도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살렘'은 평화라는 뜻입니다. 즉, 멜기세덱은 '평화의 왕'이었습니다.(2절)
그리고 성 요한 크리소스톰은 다시 "평화의 왕은 그리스도의 명칭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가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평화롭게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말고 누가 정의와 평화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멜기세덱과 예수 그리스도의 또 다른 공통점 하나를 사도 바울로가 알려주고 있는데, 그것은 옛 사람들이 족보를 아주 중요시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구약성서는 멜기세덱의 계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족보도 없으며 생애의 시작도 끝도 없이 하느님의 아들을 닮아서 영원히 사제직을 맡아 보는 분입니다."(히브리서 7,3) 이렇게 하느님의 아들도 하느님으로서는 어머니없이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나셨고, 사람으로서는 아버지 없이 성모님에게서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성서에는 멜기세덱이 아론처럼 사제직을 다른 사람에게 계승한 것을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는 멜기세덱처럼 영원한 사제직을 가지고 계시고 하느님께 간청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중재하고 구원해주시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