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잔
누군가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는 소식이 들리면 수많은 사람이 그 사람 주위에 몰려든다. 명예와 권력과 돈을 겸비한 사람 주변에는 친구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그 사람이 높은 직위를 잃게 되면, 지난날에 친구인 척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멀어져 간다. 아무도 그 사람을 아는 척하지 않는다. 모두가 다른 권력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바쁘다.
이런 일이 우리 주님에게도 일어났다. 예루살렘에서 '호산나'를 외치며 환호하던 바로 그 군중들이 주님이 빌라도의 법정에 서자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던 것이다. 나중에 사도 바울로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울로에게는 가까운 협조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로마의 감옥에 갇힌 바울로는 “내가 처음으로 재판정에 나갔을 때에 한 사람도 나를 도와 주지 않고 모두가 버리고 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나를 버리고 간 그들이 엄한 벌을 받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디모테 후 4,16)라고 썼다.
우리가 인연을 맺었던 사람이나 우리에게 잘해 주었던 사람에게 그런 쓴 잔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상대방이 어려움을 겪을 때 나타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