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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성지주일 (주 예수 그리스도, 예루살렘 입당 축일)

 

성지주일 (주 예수 그리스도, 예루살렘 입당 축일)


예언자들이 메시아가 세상에 오실 것을 예언한 대로, 예수님께서는 3년의 공생애 후에 예루살렘에 처음으로 환호를 받으며 입성하셨고 메시아로서 군중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사람들은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향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이스라엘의 왕 찬미받으소서!"(요한복음 12,13)라고 외치며 열광적으로 환영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환호하는 군중을 보고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잘 들어라. 그들이 입을 다물면 돌들이 소리 지를 것이다."(루가 19,40) 

정말 돌들이 소리를 지른 것 같은 현상이 얼마 후에 일어났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서 숨을 거두셨을 때 바위가 갈라지고 무덤이 열렸습니다. “바로 그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지고 땅이 흔들리며 바위가 갈라지고 무덤이 열리면서 잠들었던 많은 옛 성인들이 다시 살아났다.”(마태오 27,50~52) 그리고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또다시 기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향료 가진 여인들이 무덤에 갔을 때, 그리스도께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으로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믿게 하려는 기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하늘에서 주의 천사가 내려와 그 돌을 굴려내고 그 위에 앉았다.”(마태오 28,2)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주님을 맞이하는 축제 분위기에서 특별히 성령의 빛의 인도를 받은 순수한 아이들도 기쁨에 넘쳐 함께 외쳤습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 지극히 높은 하늘에서도 호산나!"(마태오 21,9) 물론 아이들뿐만 아니라 유다인의 빠스카(유월절) 명절을 위해 갈릴래아에서 온 사람들이 직접 목격한 기적들을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수많은 군중은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이 땅에 보내시기로 한 메시아가 자신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예수님이심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다 함께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임금이여, 찬미받으소서. 하늘에는 평화, 하느님께 영광!"(루가 19,38)

 

형제 여러분, 예루살렘에서 군중은 열정적인 환호를 하며 주님을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을 단순히 이스라엘 민족의 세속적인 왕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물며 이런 생각을 하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이렇게 환영했는데, 죽음에서 승리하신 주님을 ‘우리도 아이들처럼 승리의 상징을 들고 당신께 외치나이다. 높은 하늘에서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받으소서.’(성지주일 찬양송)라고 찬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구원을 위하여 희생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우리 영혼의 구원자이시며 왕이신 주님께 영광과 감사를 드립시다.

 

예루살렘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비교할 수도 없는 크고 많은 좋은 것들을 받았습니다. 성 대 바실리오스의 성찬예배 때 아나포라의 기원문에서 주님으로부터 받은 좋은 것들을 말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참된 하느님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거룩한 세례성사의 물을 통해서 죄를 깨끗하게 씻어 주셨습니다. 성령으로 우리를 거룩하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둠의 세계로 내려가셔서 악마의 지배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영원한 죽음의 고통에서 우리를 풀어 주셨습니다. 우리를 하늘나라까지 끌어올려주셔서 온갖 선한 것이 있는 영원한 세계의 시민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한편 성 요한 크리소스톰은 인상 깊게 예수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나는 너희의 아버지이며 형제, 신랑, 거처, 양식, 의복, 뿌리 그리고 기초이다. 나는 너희가 원하는 모든 것이다. 너희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말라. 나는 너희에게 헌신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의 친구이자 몸의 한 부분이고 머리이며 형제, 자매, 어머니이다. 나는 모든 것이다. 너희는 그저 나와 함께 하는 간절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나는 너희를 위해서 나 자신을 낮추었고, 너희를 위해 강도처럼 되었고, 너희를 위해 십자가에 올라갔고, 너희를 위해 무덤에 묻혔고 너희를 위해 하늘에서 아버지에게 중보자로서 요청하는 것이다. 너희를 위해서 아버지로부터 중재자로서 이 땅에 보내졌다. 이 모든 것은 내 형제요, 상속자이며 친구이고 몸의 일원인 너희를 위한 것이다. 이것 외에 너희는 무엇이 더 필요한가?»(마태오 24,16-31 강해서 76장-EPE 12권 34쪽)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해주셨고, 우리의 전부이신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오늘 저녁에 거행되는 신랑 의식에서 교회는 이렇게 찬양합니다. 

«오늘 거룩한 고난이 구원의 빛처럼 온 세상 위에 떠오르는도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께서 수난을 향해 나아가시는도다. 온 우주를 손에 쥐고 계신 분이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 나무에 못 박힘을 수용하시는도다.» (성 대 월요일 조과 카티즈마)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찬양의 성가를 부르며 서둘러 주님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뿐만 아니라 거룩한 고난 주간인 성 대주간에 간절한 마음으로 예배에 참여합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고난 겪으신 사건들에 동참하면서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이렇게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 걷기 위해 와서 다 함께 우리 생각들을 정화합시다.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달립시다. 그분 안에서 이생의 쾌락에 대해 죽읍시다. 그리하여 그분과 함께 살고 그분의 외침을 들읍시다. ‘내가 고통받기 위해 올라가는 곳은 지상의 예루살렘이 아니니라. 나는 나의 아버지 너희의 아버지, 나의 하느님 너희의 하느님을 향해 올라가느니라. 너희는 나와 함께 천상의 예루살렘, 하늘 왕국으로 올라갈 것이니라.’» (성 대 월요일 조과의 스티히라 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