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정신
(소티리오스 대주교)
우리 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과 성인들이 구름같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매일, 우리는 성인들에 대한 기억을 기리고 있습니다. 특별히 오늘, 오순절 다음 주일에는, 우리에게 알려져 있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성인들을 포함하여, 모든 성인들을 다 같이 기리고 기념합니다. 순결한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일생을 바친 이들이, 순교했거나 평화롭게 안식했거나 어떤 식으로 현세를 마감하였든, 우리는 그분들을 기념합니다. 만일 그분들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아보면, 거기에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과 사랑에서 나온 희생정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성인들의 삶을 탐구하면, 그분들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가 소유한 것들을 바쳐서, 배고픈 사람들은 음식을 먹이고, 헐벗은 사람들은 옷을 입혔습니다.
자기의 자유를 희생해서, 사람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노예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바쳐서, 아픈 사람, 나이 많은 사람, 보호자가 없는 어린 고아나 버려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였습니다.
자신이 집에서 누리던 안락한 삶을 희생하며, 복음을 전파하였습니다.
자신이 지닌 사회적 특권을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였습니다.
수백만 명이 자신의 생명을 그리스도를 위해 희생하여 순교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날에는 성인들께서 정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모범이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들에게도 이러한 희생정신이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도록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성 파이시오스의 말씀처럼: “오늘날 사람들은 희생의 기쁨을 누리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교회의 이상을 이해하지 못하며 삶을 지루하게 여깁니다. 용맹함과 자기부정은 인류의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입니다. 만약 이러한 것들이 부족하다면, 사람들은 고통받게 됩니다.”
현세의 놀랍고도 신속한 기술적 발전은 인류를 나태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헌신하지 않고 필요한 일도 하지도 않으면서, 이기심에, 그리고 “자신의 요구”와 “자신의 권리”에 지나치게 사로 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정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이와 같은 정신 상태로는 다른 사람과 연관될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사람들 위하여 목숨을 바쳐 몸값을 치르러”(마르코 10:45) 오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심지어 제자들의 발도 손수 씻어주셨으며, 우리를 위하여 결국에는 목숨도 희생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의 희생정신을 본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신학자 성 사도 요한은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해서 우리의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요한 1서 3:16)라고 하셨습니다.
수많은 성인들이 이와 같은 희생 철칙을 글자 그대로 지켰으며, 그리스도와 다른 이들을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하였습니다. 몇몇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오늘날에는 이와 같이 목숨을 희생하는 일은 거의 요구받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요구받는 희생들은 이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들입니다. 주로, 우리의 시간을 제공하거나, 금전적이거나 물질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얼마간 베푸는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가족끼리 화목하게 생활하기 위해 이러한 희생을 하도록 요구받는 정도입니다. 성 파이시오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삶의 근간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잊어버리고’, 타인들의 고통과 어려움에는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어려움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고, 그들에게 평화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타인에게 베푸려는 것이지 자신이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섬기려는 것이지 섬김을 받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들이 우리에게 신세 진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가 다른 이들에게 신세 진 것이 있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 것을 찾기보다는,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평화를 가져다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희생정신이 있다면, 힘들거나 부담스럽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뻐합니다! 이러한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은 큰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만이 그리스도와 연합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최고의 희생을 치르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를 향한 큰 사랑이며, 사람들의 고통과 결핍을 마주할 때 보이는 숭고한 자기희생보다 더 하느님을 감동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더더욱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 때, 하느님께서 더더욱 그들을 기억하십니다. 이것이 성인들의 정신이며, 말씀과 실천하는 행동을 통해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금욕가 성 마르코는 “당신들은 주님을 위해 희생하는 그 어떤 것도 잃지 않을 것인데, 수백 배에 달하는 보상을 받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첫 번째 자리는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또 그리스도를 본받아 희생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소중한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그리스도와 다른 이들을 위해 바치는 모든 희생에는 망설임이나 불평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것이 가치 있기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해야 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오직 그렇게 할 때만 그리스도인들은 넘치는 은총과, 신성한 능력과, 하느님의 직접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모든 성인들께서, 우리들에게 우리 주님과 우리의 형제자매들을 위한 희생정신을 불러일으켜 주시도록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