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그리스도인의 생활 속 영적 단련 - 2

 

그리스도인의 생활 속 영적 단련 - 2

(소티리오스 대주교)


 

영적 훈련은 성서와 교회의 거룩한 전통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기꺼운 마음으로 한평생을 이 훈련에 전념한 어떤 이들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수도원이나 스키티, 사막의 고행 수도처에서 생활하는 수사들이나 수녀들은 조금 더 부지런하고 착실한 마음으로 영적 수련을 합니다. 수도자들 중 많은 이들이, 하느님께 바친 이러한 수행을 통해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적 훈련은 수도자들의 일일 뿐만 아니라 모든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이고, 다만 그 형태만 다를 뿐입니다. 수도자가 살아가는 조건과 사회에서 다양한 의무와 역경이 있는 성직자나 평신도가 살아가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테면, 가족이 있는 한 가장이 수도자들이 엄격하게 수행하며 살아가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또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고 수도사의 생활 방식을 따른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 훈련의 목적은 누구에게나 동일합니다. 우리 교회의 교부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정욕(욕망)에 대해 투쟁하고, 덕을 쌓고, 투쟁하는 삶을 살아서, 마침내 성화와 신화에 이르도록, 그리스도인의 영적 훈련에 대해 깊게 탐구하고 연구하였습니다. 그 결과, 교부들의 많은 훌륭한 작품들이 시나이의 요한의 ‘클리막스(사다리)’처럼 책의 형태로 출판되거나, 설교문과 인용문의 형태로 출판되어 신자들에게 큰 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영적 훈련에 관한 주제는 방대합니다. 그렇기에 오늘은 주제를 좁혀서 영적 훈련이 결실을 거두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어떤 힘들을 적절하게 가꾸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율법교사에게 상기시킨 하느님의 가장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은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그리스어 성서 원문 : 영혼)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생각을 다하여 주님이신 네 하느님을 사랑하여라." (루가 10:27). 단순히 '온 영혼을 다해'라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성, 즉 생각과 마음과 힘을 더해 영혼의 의미를 분석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교부들은 영혼에 대한 이러한 개념을 깊이 연구했고 창조주 하느님께서 인간 영혼에 세 가지 힘을 확립했다고 가르쳤습니다. 첫 번째는 생각하는 힘입니다. 지성과 지식이 거처하는 ‘생각’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을 알게 되고 그분의 뜻을 알게 됩니다. 두 번째는 의지입니다. 이것은 우리 마음에 자리하는 힘으로, 사랑과 열심에 기초하여 창조주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세 번째는 희망이나 욕망들의 집합으로, 이것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의 친교와 교제를 갈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첫 인류의 불순종으로 인간의 영혼은 병들게 되었고, 그 결과 ‘생각’은 야망과 교만의 지배를, ‘마음’은 탐욕, 시기, 증오의 지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영혼은 또 악한 욕망과 깨끗지 못한 행실들이라는 나쁜 길로도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은 튼튼하고 체계적인 영적 훈련에 신경 써야 하는데, 이 훈련이야말로 성령의 은총이 우리를 치유하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사람의 ‘생각’은 참 하느님에 대한 깨달음을 구하고, 그분의 뜻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이며, 그 뜻에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되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아무리 영적으로 수행을 많이 하고, 하느님을 위해 지상의 삶에서 아무리 희생을 많이 한다 해도, 그는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겪으신 고난에 비하면 아주 작을 뿐이라 느낄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영적 훈련은 불편한 마음이나 우울한 느낌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영적인 훈련에 전념한다고 해도 이 훈련만으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잊지 맙시다. 영혼의 치유는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지만, 성령께서는 우리 인간의 협력을 요구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영적 훈련이 겸손, 회개와 고백, 교회의 성사에의 참여와 결합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모든 경우에 있어, 영적 훈련이 어떤 형식적 행동이나 외형적 모습을 추구하는 것에 치우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인간의 영혼이 건강하려면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힘이 모두 서로 조화를 이루며 기능해야 합니다. 그러면, 교부들이 영혼의 세 가지 힘을 치유하는 데 기여한다고 가르치는 방법을 요약하는 것으로 이 설교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첫 번째, 우리의 ‘생각’은,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믿음, 성서 연구, 끊임없는 기도, 순종, 겸손과 신중한 마음으로 치유됩니다.

두 번째, 우리 뜻대로 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우리가 우리의 모든 뜻과 바람을 하느님께 맡기고 정직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고백할 때 치유됩니다. 또한 사랑, 자선, 관용을 베풀고 인생의 고난 앞에서 인내로 대처할 때, 그리고 죄와 악마의 일을 멀리하고 미워할 때 치유됩니다.

세 번째, 희망하고 욕망하는 마음은 하느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고통받는 형제들의 짐을 덜어주려는 마음으로, 우리가 금식하고, 절제하고, 정결한 마음을 유지하고, 철야 예배에 참여하고, 예배 시간에 조금 힘들더라도 서서 예배드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드리고, 그리고 일반적으로 신체적 수고를 요하는 일들을 함으로써 치유됩니다. 

 

그러므로 성령께서 우리 영혼의 정화와 치유와 성화를 행하실 것이라는 확실한 소망을 가지고, 투사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끊임없는 지원을 받으며, 우리 영혼의 모든 힘을 다해 영적 훈련을 수행해 나갑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