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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적 아버지에게 듣다

성화는 우상이 아닌가요?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정교회의 성화를 보고, "너희는 … 어떤 것이든지 그 모습을 본떠 새긴 우상을 모시지 못한다." (신명기 5,8)라는 성서 말씀을 들면서, 성화를 공경하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비판합니다. 정말 그들의 말처럼 성화가 우상인가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성서를 읽을 때 한 구절만 따로 떼내어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모든 말씀은 그 구절의 앞 뒤 문맥, 더 나아가 성서 전체의 정신 안에서 재조명될 때 더욱 분명하고 확실하며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호렙 산에서 모세에게 "너희 하느님은 나 주님뿐이다. … 너희는 내 앞에서 감히 다른 신을 모시지 못한다. … 너희는 … 우상을 모시지 못한다. 그 앞에 절하며 섬기지 못한다." (신명기 5,6~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는 사람들이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만을 믿어야 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 속의 다른 신들을 믿어서는 안 되며, 그런 신들의 우상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우상이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인 가짜 신의 상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성화는 실재 존재했던 성스러운 인물들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래서 정교회는 인간으로 태어나신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성인들 그리고 어떤 특정 순간에 모습을 드러냈던 천사들을 성화로 그리는 것입니다.

하나의 일치된 교회(동서 교회가 나뉘기 전의 교회)의 그리스도교 성당에는 성화들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또한 성당 벽의 전체가 성화로 그려진 성당들이 초대 그리스도교 시대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787년 니케아에서 열린 제7차 세계 공의회는 예수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인들의 성화 공경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 회의에 참석했던 주교들은 다마스커스의 요한 성인의 성화에 대한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받아들였습니다.

 

"우리가 만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성화를 공경한다면 죄를 짓는 것입니다. 육체도 없으시고 보이지도 않으시는 하느님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성화로 제작해서 이를 신으로 공경한다면 그것 역시 불경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 그분의 모습을 성화로 제작하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분의 모습이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성상 문제와 관련하여 위의 공의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습니다.

"옛날부터 교회에서 내려오는 모든 전통은 기록된 것(성서)와 구두로 전해진 전승을 똑같이 지킨다. 성화의 제작도 이 전통 중의 하나이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나타낸 성화는 그 내용이 성서 말씀에 쓰인 내용과 같으며 조금도 틀림없는 사실을 묘사한 것이다. 성화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귀중히 여기겨야 하지만 예배는 하느님께만 드린다. 성화는 분향과 촛불로 경의를 표한다. 성화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십자가나 복음서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성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영성 예술 정교회 출판사 2018(개정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주후 16세기 종교 개혁으로 개신교를 창설한 칼빈과 루터 등은 서방 교회(가톨릭 교회)가 가졌던 성직자 제도, 성찬예식 등을 폐지하면서 성화의 존재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787년 제7차 세계공의회에서 성화는 소중한 것으로서 경의를 표하는 것이지 우상 숭배는 아니라는 것을 밝힌 공의회의 결정에 위배됩니다.

 

한편,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화는 기원후 1세기에 처음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후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그리고 성인들의 성화를 제작하여 이를 공경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성화 자체를 공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성화에 바치는 공경은 성화에 그려진 인물들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화는 절대 우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화를 공경하지 않는 것이 이단이라고 제7차 세계 공의회는 규정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거룩한 몸과 피를 나눠주시는 성화를 보면서 우리는 성서에 기록된 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기억합니다. 또한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모습으로 그려진 성화를 보고, 우리는 하느님의 육화,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또한 참 인간이셨음을 믿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화상 논쟁은 단순한 종교 예술, 우상 숭배에 관한 논쟁의 차원을 넘어서서, 그리스도의 육화에 대한 참 신앙에 관한 논쟁이었던 것이고, 이때문에 정교회는 성화 공경을 그토록 강조하고, 이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정교회 성화와 관련된 도서를 소개합니다.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지음, 정교회 출판사 2018(개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