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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사관 생도들과 수도자

 

사관 생도들과 수도자


한 번은 그리스 사관학교 생도들이 아토스 성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었다. 아토스 성산이라고 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그리스 북동쪽에 있는 작은 반도로서 약 1000년 동안 일반 민간인의 거주는 물론 여성들에게는 출입마저 금지된 수도사들의 지역이다.

수학여행의 일정에 따라 생도들은 어느 수도원을 방문하여 그 수도원의 수도원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사관 생도들은 신체 건강하고 품행이 바르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서 선발되어 최고의 지식과 군사 기술을 습득하여 그 나라 국민의 행복과 기쁨을 지킬 신세대 청년들인 것이다.

반면에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원장은 그들을 수 백 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듯한 고색창연한 수도원에서 현대 지식을 얻는 교육이라고는 별로 받은 바도 없이 이마의 주름으로 수련의 경륜을 나타내 주는 자그마한 노인이었다.

소박한 풍모가 그 덕성을 더욱 풍기는 수도원장은 생도들의 질문에 수도자 생활의 이모저모를 설명한 다음 생도들에게 무엇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행복하고 기쁘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한 생도들의 대답은 다양했다. 한 생도는 무엇보다도 돈이 많아야 한다고 했고, 다른 생도는 군인이니 훈장을 타고 명예를 얻어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생도들은 예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최신형의 자동차를 갖는 것이라는 등등 직감적인 데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원장은 말했다. “여러분은 눈앞에 보이는 그런 것들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주 예스 그리스도에 대해, 그분이 우리를 행복하고 기쁘게 해 주시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세상 만물을, 바로 우리를 창조해 주시고 생명을 주신 그분을 말이오. 만약에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이 세상 어느 무엇보다도 그분을 더 필요로 하게 될 것이고 찾게 될 것이오.”

이 말을 듣고 있던 생도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기들도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까지 하였다.

그러자 원장은 자기도 모르는 새에 큰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 보잘것없는 죄인인 나는 육십여 년이 지닌 이제야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도 나는 하느님을 우리가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까지 사랑한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렇게 말한 다음 우리가 하느님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했다.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 사람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등 온통 그 사람의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지요. 그대들은 하느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하느님이 좋아하시는 대로 하고 있는가요? 하느님과 수시로 기도로 대화하고 있는가요? 그 거룩한 뜻을 따르고 있는가요?”

수도자의 이와 같은 물음에 그들은 머리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었다. 무슨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수도자는 말을 이었다. “이제 그대들의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위해 몇 마디 권고하겠네. 오늘부터 아니 이 순간부터 이 세상 어느 무엇보다도 더 하느님을 사랑하도록 해요. 그리고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바를 행하도록 하시오. 하느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우리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계세요. 그 말씀을 따를 때 여러분은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찾게 될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