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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선교에 대한 무관심은 그리스도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

 

선교에 대한 무관심은 그리스도에 대한 부정을 의미한다

소티리오스 대주교


 

서울 성 니콜라스 성당 중앙 출입문 위의 벽을 보면, 주님이 당신의 제자들과 모든 민족의 신자들에게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코 16,15)라고 마지막 명령을 내리시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리고 성화의 아래 부분에는 세상의 여러 나라에서 온 신자들이, 마르코 사도가 자신의 복음서에서 “제자들은 사방으로 나가 이 복음을 전하였다”(마르코 16,20)라고 했듯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각자 길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렇게 해서 복음의 진리가 그 당시에 알려졌던 지상의 모든 지역으로 전해졌고,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들의 수는 수백만으로 늘어났다.

 

주님이 승천하신 후 그리스도를 믿었던 첫 신자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는 데 열성을 보이지 않았더라면 교회의 미래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다시 말해서 올리브 산에서 내려온 그들이 주님의 명령에 따라 복음을 전하러 나서지 않고 그냥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서 그리스도를 알기 전처럼 평범한 삶을 계속해서 살았더라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몇 백 명에 불과했던 그 신자들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죽었을 것이고, 인간적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만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회를 발전시키고, 늘어나게 하고, 교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요소는 선교이며, 선교는 성령의 강림과 인도로 이루어진다. “교회가 선교를 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라고 사람들은 말하는데 이는 참으로 옳은 말이다.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시골 마을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잘 보아 왔다. 그곳에 살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늙어가고 죽게 된다. 마을의 학교는 폐쇄되고, 집들은 폐허로 변하고, 마을은 텅 비게 된다.

선교는 모든 신자들에게 있어서 삶의 필수 요소이다.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자기 자신과 식구들이 먹고사는 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이 매일 일을 해야 한다고 느끼듯이, 영적으로 건강한 신자은 “너희는 복음을 전하여라”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duftloa이 선교를 해서 다른 사람들도 구원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느끼는 법이다.

 

사도 바울로는 이런 욕구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가 복음을 전한다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복음을 전하지 않는다면 나에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고린토 전 9,16) 사도 바울로만 선교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 아니라 그를 도왔던 수십 명의 남자들과 여자들도 선교의 필요성을 느꼈었다.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도 바울로는 교회의 선교 사업을 도와주었던 19명의 남자와 17명의 여자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단지 이들만이 아니었다. 신약 성서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곳곳에 전파한 사람들의 이름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똑같은 일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교회 신자들은 각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아야 한다. 과연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가? 나는 그리스도에 대한 나의 믿음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는가? 만일 이에 대한 대답이 “아니요”라면, 이는 나의 믿음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게 부끄럽다면, 나는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하겠다”(마태오 10,33)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두려움에 떨어야만 한다.

만일 누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와 정교회의 믿음에 대해 알리는 것에 무관심하다면, 이는 그의 믿음이 불완전하며 결점 투성이라는 의미이다.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믿었다. 그러므로 나는 말하였다’라는 말씀이 성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이와 똑 같은 믿음의 정신을 가지고 믿고 또 말합니다.“(고린토 후 4.13)

 

물론 믿지 않는 사람이 믿음에 대해 말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배터리가 나간 자동차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 자신의 믿음에 대해 무관심한 그리스도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만일 우리가 영적으로 살아있는 신자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우리 믿음을 강화시키고, 우리 영혼의 눈을 뜨고, 성령의 은혜로 우리 영혼을 거룩하게 하기 위해 교회가 제공하는 모든 수단을 다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주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신학자 그레고리오스 성인은 이 위대한 진리를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말로 표현했다. “여러분은 먼저 그리스도의 빛을 받도록 노력을 하고 그다음에 남에게 빛을 전해 주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영혼에서 죄와 욕정을 깨끗이 씻어낸 다음에 다른 사람들이 깨끗하게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여러분이 먼저 거룩해지도록 하여 다른 사람들이 여러분의 본을 따르도록 하십시오.”

 

하지만 이런 의문들이 생길 수도 있다. 내가 선교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더러 가족과 직장을 버리고 사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선교하러 나서란 말인가? 물론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또 교회가 그런 사명을 부여한 사람이라면 그런 일을 할 수도 있다. 적은 수이기는 하나 정교회 고인들 중에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버리고, 심지어는 전쟁이 계속되는 위험한 지역으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역으로,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우리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만 있다면 가정을 포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선교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새해에는 우리 대주교청이 선교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교회의 부름에 귀를 기울이고 또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에 함께 참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