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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조용히 들어라" (신명기 27, 9)

침묵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덕을 결실로 맺게 해줍니다.

 

"조용히 들어라" (신명기 27, 9)

 

우리가 침묵을 지킬 때 우리 내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소음과 폭풍우 속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고요를 사랑하십니다. 그분은 지진 속에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시고 입을 열지도 않으십니다. 예언자 엘리야가 밝힌 것처럼 주님은 불 속에도 존재하시지 않습니다.(열왕기 상 19, 12) 불길이 지나간 후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 속에서 여린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그곳에 주님이 계셨던 것입니다.

위대한 예언자 모세는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에게 말합니다. “너 이스라엘아, 조용히 들어라. 너희는 오늘 너희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다.”(신명기 27, 9)

이스라엘 백성은 이 말씀을 듣기 위해 조용히 해야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예언자 모세로부터 “너희는 오늘 너희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다”라는 기쁜 소식을 듣기 위해서 침묵이 우선 전제 조건으로 요구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역시 우리가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우선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이 고요와 침묵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침묵도 역시 사랑합니다. 침묵 없이는 판단 기준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침묵을 통해서만 우리는 옳게 판단하고 옳게 생각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런 이유로 영적인 사람은 현실을 흐려놓는 소음을 싫어합니다. 모든 사물을 뿌옇게 변형시키는 끊임 없는 움직임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할 때나 공부를 할 때에 때때로 침묵을 지키는 순간을 갖도록 합시다. 일상 생활에서 잠시 멀어져서 성스러운 말씀을 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고요한 방 속에서 혼자 할 때에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분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시리아의 이사악 성인은 오늘날 이렇게 소란스러운 시대가 올 것을 미리 예상하고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위해 다음과 같은 글을 쓴 듯합니다.

“여러분은 그 무엇보다 침묵을 사랑하십시오. 침묵은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덕을 결실로 맺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강제로라도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을 침묵하도록 만드십시오. 그러다 보면 진정한 침묵을 갖는 법을 깨닫게 되어 침묵으로부터 나오는 바로 그것을 여러분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도와 주실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러한 침묵의 작용에 길이 들게 되면 그것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빛이 여러분의 영혼 속에 떠오르게 될지 도저히 말로는 설명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 간절히 주님께 애원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우리가 영적으로 우리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힘과 은총을 주소서. 그리하여 침묵 속에서 나오는 덕을 우리가 얻도록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