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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주여, 당신의 율법에 따라 내 마음을 활짝 열어 주시고, 당신의 계명에 따라 살아가도록 가르쳐 주소서. (시편 119 참조)

당신의 뜻을 이해하게 해 주시고, 숭배와 끊임없는 사려(思慮)로써 당신 은혜를 두루 그리고 낱낱이 생각하게 해 주시며, 이제부터 정당하게 당신께 감사를 드릴 수 있게 해 주소서.

하오나 내가 알고서 고백하는 것은 아주 사소한 점에 있어서도 당신이 내게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해 합당한 감사를 드릴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베푸시는 모든 은혜 중에서 가장 작은 것보다는 못한 존재이므로 당신의 그 숭고하심을 생각하면 그만 내 정신이 떨려옵니다.

 

우리의 영혼과 지니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우리가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자연적으로나 초자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이 당신의 은혜이며, 좋다는 것은 모두 당신으로부터 받고 있으므로 당신께서는 후하시고 인자하시고 선하시다고 천명합니다.

 

비록 누구는 많이 받고 누구는 적게 받는다 할지라도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며, 당신이 없다면 아무리 작은 축복도 받을 수 없습니다. 많이 받았다고 그것을 자기의 공로라고 자랑삼을 수 없고 자기가 남보다 뛰어나다고 찬양할 수 없거니와 적게 받은 자를 멸시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아무리 사소한 것도 자기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기지 않고 최대한의 겸손과 믿음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더욱더 위대하고 훌륭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가장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자가 보다 큰 은총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런데 적게 받았다고 섭섭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며, 원망스럽게 생각해서도 안 되며, 많이 받아서 풍성함을 누리는 자를 질투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자기의 마음을 당신께로 돌려 당신의 선하심을 높이 찬양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장신께서 개개인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아주 넉넉하게, 아주 자유롭게, 아주 서슴없이 은총을 베푸시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에게서 비롯되므로, 모든 것에 있어서 당신께서는 찬양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당신은 각각에게 무엇을 주어야 합당했는지 아시며, 왜 이 사람은 적게 받고 저 사람은 많이 받는가는 어디까지나 우리가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각각에게 무엇이 합당한가를 정확하게 아시는 당신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 하느님, 나는 은총 자체를 큰 은혜로 생각하며, 외적으로나 뭇사람의 견해로 영광과 찬미를 받을 만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즉, 자기 자신의 처지를 가난하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슬퍼하거나 억울하게 여기거나 자포자기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와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자와 천한 자와 이 세상에서 멸시받는 자를 직접 택하시어 친절하고도 온순한 당신의 종으로 삼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지혜 있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을 택하셨으며, 강하다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사람들을 택하셨습니다." (고린토 전 1,27)

 

이의 증인이 바로 당신의 사도들인데, 당신은 보잘것없는 그들을 온 세상을 다스리는 군왕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사도들은 이 세상에서 불평하지 않고 "교우 여러분에게 대한 우리의 행동이 경건하고 올바르고 흠잡힐 데가 없었다는 것은 여러분도 목격해서 잘 아는 하느님께서도 증명해 주실 것입니다." (데살로니카 전 2,10) 

아주 겸손하면서도 순박하게 그리고 악의와 간사함이 없이 살아갔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기꺼이 모욕을 당했으며 "사도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욕을 당하게 된 것을 특권으로 생각하고 기뻐하면서 의회를 물러 나왔다." (사도행전 5,41) 세상 사람들이 멸시하는 것을 아주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은혜를 제대로 인식할 때에는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의지와 영원한 약속의 큰 기쁨만큼 즐겁게 해 주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은 크게 만족하고 위로 받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가장 크게 되고자 하는 것과는 반대로 가장 작게 되고자 힘쓸 것입니다.

그 사람은 첫째 자리를 차지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여도 마음이 편하고 만족할 것이며, 다른 사람들을 제치고 명예를 차지하려 하거나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되려는 것 못지않게 기꺼이 천대받으며 어떠한 명성이나 평판도 추구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뜻을 따르는 것과 당신의 영광을 위하는 것이 어떠한 일보다도 앞서야 하며, 이미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어떠한 은혜보다도 더 위로가 되고 더 기쁨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