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는 겸손함과 순종을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긍정과 자기 존중을 가치 있게 여기고 성공과 지배를 더 중시하는 오늘날의 정신과 상반되어 보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겸손과 순종의 삶을 산다는 것은 오히려 손해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이것은 겸손함과 순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우려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사회의 유감을 불러일으키는 끔찍한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품위가 없고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반대로, 겸손한 사람은 신중한 사람이고, 말과 행동으로 예의와 존경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겸손한 사람과 어울린 사람들은 처음 순간부터 그 사람의 말이 진실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더 높아 보이려고 하지 않고,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나누어 주신 믿음의 정도에 따라 분수에 맞는 생각을 하십시오."(로마 12,3)라는 성서의 말씀을 따릅니다.
이렇게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실제보다 더 좋게 더 높게 보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기적이지 않아서 작은 일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오해가 없고 다툼이 없습니다. 그래서 원수도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평화롭게 협조하고 다른 동료들로부터 사랑받고 촉망받는 사람이 됩니다. 자신의 평화와 친절로 주변을 평화롭게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형제 성 야고보 사도께서 "하느님께서는 겸손한 사람에게 은총을 주신다."(야고보 4,6)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습니다.
순종에 대해서도, 분명한 것은 순종이 노예적 굴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순종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하는 자유로운 행동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에게 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순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뜻이 진리이고 우리를 복되게 한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완전하시고 결핍이 없으시기에,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구하고 그 뜻을 따르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완전한 순종입니다. 이 순종은 항상 우리에게 유익을 가져다줍니다.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대로 우리는 부모에게도 순종해야 합니다. "자녀 된 사람들은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 이것이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에페소 6,1)
만약 어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을 따르라고 한다면, 물론 따르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고용주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을 하라고 해도 따르면 안 됩니다. 상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만약 그 지시가 거짓말을 하라거나 위조 서류를 만들라거나 그 밖에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계명에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따르지 말아야 합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분별할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으로부터 받고, 이 은총이 그 사람을 비추어주기 때문에,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순종이 어떤 것인지를 언제 어디서나 분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람을 따를지 하느님을 따를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오히려 하느님께 복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사도행전 5,29)라는 성서 말씀처럼 완전하신 하느님의 뜻을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첫 사람 아담과 하와가 이기심과 불순종으로 낙원에서 추방된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 죽음을 가져온 이 불순종의 잘못을, 겸손함과 순종의 자세로 바로 잡아, 이 세상과 다음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