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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신앙 탐구

우리의 간절한 기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의 간절한 기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이 세 단어는 우리가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어서 너무나도 친숙한 단어들입니다. 이 세 단어는 비록 짧지만 하나의 완벽한 기도문을 이루고 있으며 이 기도문에는 찬양과 요청의 요소가 동시에 들어 있습니다.

 

'주님'이란 단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주인이며 주관자라는 의미로서 만물이 다 이분에게 달려있으며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름으로써 그분이 모든 창조물에 대해 주인의 권한을 갖고 계시며 심지어는 우리 생명과 영혼까지도 주관하심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위대하심을 고백하고 우리가 그분의 힘에 의존하고 있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에게 속한 사람들이며 그분은 우리를 도와주시며 고통과 시련에서 우리를 구해 주시리라고 믿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인정하고 고백하면서 우리는 그분의 이름을 찬양하며 그분을 높이 우러러 받듭니다. 하늘의 천사들이 '거룩하고 거룩하고 거룩하신 만군의 주'라고 힘차게 외치며 하느님을 찬양하듯이 우리도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면서 그분을 찬양합니다.

 

하느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시편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상전의 손만 쳐다보는 종의 눈처럼, 마님의 손만 쳐다보는 몸종의 눈처럼, 우리 하느님 주의 자비를 우리 눈이 그분을 쳐다봅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시편 123,2) 종이 주인의 손만 쳐다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주인이 일을 맡겨 주지 않을까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주인이 자기를 보존해 주고 도와주리라고 기대합니다. 또한 필요한 음식을 제공해 주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적당한 보상을 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우리 자신을 주님께 통째로 내맡겨야 하며,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것은 거부하고 오로지 주님의 명령에만 기꺼이 복종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주님'이란 단어가 갖는 의미를 최대한으로 또 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할 때에만 우리는 비록 짧기는 하지만 의미는 대단히 큰 이 기도문의 두 번째 부분이며 요청의 요소를 이루고 있는 '불쌍히 여기소서'의 의미를 온전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요?

 

주님께서 우리를 가엾게 여기시기를, 우리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시고 관용을 베푸셔서 우리 잘못을 용서해 주시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하느님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우리 자신의 죄를 뼈저리게 통감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가엾게 여겨 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주여, 당신의 정의로 우리를 판단하지 마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판단하소서"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못난 사람들인 줄 아시니 제발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정교회의 다음 성가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잘 표현해 줍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무력한 우리 죄인들이 주께 간구하오니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렇지만 이 간청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비록 구체적인 주제가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구절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간구하는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를 행복한 자녀처럼 느끼게 해 주며, 하느님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있다고 느끼게 해 줍니다. 그래서 교회는 사랑스러운 자녀와도 같은 우리에게 주님이신 하느님께 이 기도를 자주 드리라고 충고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도를 드릴 때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기도를 기계적으로 해서도 습관적으로 해서도 안 됩니다. 기도는 마음속에서 우러나와야 하며, 자기 딸을 고쳐 달라고 주님께 애원하던 가나안 여인의 간절함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눈을 뜨게 해 달라고 소리치던 장님처럼 우리도 그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기도가 비록 옆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지라도 하늘에는 천둥소리처럼 크게 도달해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우리에게 끌어다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