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심판자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양심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내면의 소리로서, 우리가 선을 행하도록 촉구하고, 악을 행하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에 따라 양심이 우리를 칭찬하거나 정죄합니다. 말하자면, 양심은 내면의 심판자인 것입니다.
그러나 양심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양심도 병이 나기 때문입니다. 병든 양심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두려움이 많은 양심’입니다. 이런 양심을 가진 사람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때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내면 속에서,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서 온통 죄악 된 것들과 안 좋은 것들만 보며 살아갑니다. 또한 죄책감에 시달리기에 깊은 슬픔과 우울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변동하는 양심’입니다. 이런 양심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하는 모든 것을 용서하게 합니다. 마치 늘어나는 고무줄과 같아서, 모든 것을 다 정당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양심을 가진 사람은 또 지극히 이익만 추구하며 살아가기에, 용기 있게 진리를 고백하려 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단단히 굳어있는 양심’입니다. 병든 양심 가운데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이렇게, 편협하고 굳어져 있으며 공감할 줄 모르는 차가운 양심입니다. 이런 양심을 가진 사람은 악을 행할 때 기뻐합니다. 심지어 가장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를 때에도 마음의 가책을 느끼지 않습니다. 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진실과 현실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병든 양심들 외에 ‘건강한 양심’도 있습니다. 건강한 양심은 우리가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로마 12,2 참조)를 생각하고 고민할 때,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 형성됩니다.
건강한 양심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절대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을 그리스도께 가까이 있게 하는 길, 즉 자신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길을 꾸준히, 흔들림 없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각자도 우리의 내면에 있는 양심이 과연 건강한 양심인지 잘 살펴보고, 이런 양심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