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예배의 시작 기도
암브로시오스 조성암 한국 대주교
우리 교회에서 거행되는 거의 모든 예배는 성령께 바치는 기도 “하늘의 임금이시여”로 시작합니다. 이 중요하고 위대한 기도문의 내용을 구절별로 간단하게나마 살펴보겠습니다.
‘하늘의’ - 이 명칭을 통해 성령의 위대함이 강조됩니다. 물론, 성령께서는 하늘에 거하시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어디에 계시는지는 아래 부분에서 언급됩니다.
‘임금이시여’ - 성령은 성부 아버지, 성자 아들과 동일한 본질이시니 성부, 성자와 같은 영광을 받으십니다. 그리고 성부 아버지가 임금이시니, 성령 역시 임금이 되십니다.
‘위로자시여’ - 위로자는 말 그대로 우리를 위로해 주는 분이십니다. 성령이 머물지 않는 사람들은 슬픈 마음과 위로받을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진리의 성령이시여’ - 성령은 우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인도하고(요한 16,13 참조), 우리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에게 있어 항상 진리의 사람이 될 것을 요청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있어 항상 진실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어디에나 현존하시며’ - 성령이 과연 어디에 거하시는지 이 부분에서 나타납니다. 성령은 ‘어디에나 현존’하십니다. 예를 들면, 성찬예배가 거행되는 곳이면 동시에 어디든 성령이 계십니다.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어디에나 머무신다는 이 점은 우리가 인간의 머리로는 다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하느님의 신비가 우리의 유한한 마음과 생각에 다 들어올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는 마치 끝없는 망망대해가 조개껍데기 하나에 다 담길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온갖 것을 채워주시는 이여’ - 성령은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그렇기에 성령이 거하지 않는 곳이라면, 공허함이 느껴집니다. 우리 마음속에 성령이 안 계신다면, 우리 마음이 텅 비어 있을 것이고, 따라서 성령 없이는 우리 마음이 결코 만족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행복을 주시는 이여’ - 이 행복들은 무엇입니까? 성 사도 바울로가 성령의 열매를 열거할 때 언급한 모든 덕목입니다. 즉,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갈라디아 5,22-23)입니다.
‘생명을 주시는 이여’ - 성령께서 참된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해 주시기 때문에 성령을 이렇게 부릅니다.
‘오시어 우리 안에 머무르시어’ - 우리는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 안에 머무시기를 간구합니다. 우리의 좋지 못한 삶의 모습들로써 성령께서 떠나가게 하지 않는 한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머무십니다. 심지어 죄를 짓는 때에도 우리는 성령께 우리를 깨끗하게 해달라고 간청합니다.
‘우리의 불결하게 된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시고’ - 이렇게 우리가 간청하면, 성령께서는 우리 안의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해 주시고, 우리가 거룩함의 투쟁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주실 것입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받은 소명이기 때문입니다.
‘선하신 이여 우리 영혼을 구원해 주시옵소서.’ - 성령께서는 우리 존재의 조각난 부분 부분들을 모아서 우리를 온전하고 완전하게 만들어주시고, 우리를 구원과 해방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하여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