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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그리스도인의 일치 (에페소 4,1-7)

::: 소티리오스 대주교 :::

 

에페소인들에게 보내는 사도 바울로의 이번 서신에서는 하나이고 거룩한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와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이 된 교인들과 지체를 이루는 교회가 단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사도 바울로는 교인들 간의 일치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칩니다.

첫째, 교회 안에서는 하나의 믿음만이 존재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전파하셨고 그것을 거룩한 사도들이 전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믿음입니다. 거룩한 교부들로부터 우리는 이 믿음을 건네받았습니다. 우리는 오늘날 이것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것을 오역하거나 수정한 내용이 아닌, 순수한 원래의 믿음을 다음 세대에 보존해서 전달해야 합니다. 변형된 독단적인 교리를 가진 유사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단결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교파에서 이런 현상을 봅니다. 그들은 각각 자신의 방식으로 복음을 해석함으로써 수천 개의 교파가 생겼고 서로 전혀 교류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어떤 교파는 다른 교파들과 대립하여 싸우기도 합니다.

둘째, 오직 한 분만이 우리 하느님 아버지이시며 주님이십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십니다. 이분과 함께 교회의 모든 부분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교회와 한 몸으로 구성됩니다. 이분으로부터 우리 모든 교인은 생명을 얻습니다. 그래서 성찬예배 때 우리는 “거룩하시고 우리 주님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합니다.

셋째,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시대마다, 모든 민족은 하나인 세례성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합일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같은 방법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교회의 몸을 구성하는 일원이며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같은 자녀들로서, 또한 같은 교인들로서 서로 일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일치를 이루면 성령께서 그 안에서 생동감 있게 활동하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그것을 억지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는 않으십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앉으라고 하늘나라로 초대하셨고 그분과 함께 왕국을 통치하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러나 찬란하게 빛나는 우리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제시해 주신 길을 걷기를 원할 때만 이런 일들이 이루어집니다. 사도 바울로는 이렇게 알려줍니다. “그 불러 주신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4,1) 사도 바울로는 명령하지 않고 교인들에게 이렇게 살라고 권고합니다.

겸손은 모든 미덕의 기초이며 주님의 은총을 끌어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사람에게 은총을 베푸십니다.”(베드로1서 5,5)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 교인들이 겉으로만 보이는 형식적인 겸손이 아닌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겸손을 강조하였고 교인들이 살아가는 동안 모든 면에서 행해야 할 미덕임을 가르칩니다. 그래서 “겸손을 다하여”(4,2 참조)라고 서신에 적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오 11,29) 그리고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의 온유에 대한 모범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위해서 고난을 받으심으로써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본보기를 남겨주셨고 모욕을 당하시면서도 모욕으로 갚지 않으셨으며 고통을 당하시면서도 위협하지 않으셨습니다.’(베드로1서 2,21-23 참조) 성서를 읽다 보면 그리스도께서 침 뱉음과 조롱을 당하시고 채찍으로 얻어맞으시고 십자가형으로 죽임을 당하시면서도 이런 온유의 모습을 보여 주신 것에 대해서 놀라울 뿐입니다. 이 온유를 우리도 배워야 한다고 사도 바울로는 권고합니다.

어려운 순간들을 인내하라고 사도 바울로는 덧붙여서 우리에게 권고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끝까지 인내하면 구원을 받으리라고 확신해 주셨습니다.’(마태오 10,22 참조) 의인 욥의 인내는 우리에게 큰 특징이 있는 모범을 제시해 줍니다.

 

서로 사랑으로 너그럽게 대하라고 사도 바울로는 권고합니다. 자주 신실한 그리스도교인들 사이에서도 마찰을 일으키고 정상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는 서로 너그럽게 대하고 사랑으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로부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의 무분별한 행동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억울함이나 중상모략 등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권고합니다. 말로는 어떠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오직 사랑과 관용으로 우리는 상황을 부드럽게 할 수 있고, 서로가 범한 악을 깨달을 수 있도록 빛을 주시기를 주님께 의지합시다.

형제 여러분, 사도 바울로가 감옥에서 우리에게 권고한 내용을 잘 새겨들어서 주님의 은총 안에서 살려고 노력한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부터 서로 함께 그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평화롭게 기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