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티리오스 대주교 :::
9월 14일은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정교회는 기쁨에 넘쳐 축일을 지냅니다.
"보라! 십자가를 통해서 온 세상에 기쁨이 왔도다."(부활 기도문 중에서)
십자가 현양 축일은 세 가지 역사적 사실로 인해서 결정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326년, 콘스탄티노스 대제의 어머니 성 엘레니 모후가 거룩한 나무 십자가를 발견한 기적입니다. 골고타에서 주님의 십자가가 발견되었을 때, 성 엘레니는 눈물로 경배하고 예루살렘의 마카리오스 주교에게 전했습니다.
두 번째는 성 엘레니 모후가 거룩한 예수님의 무덤 위에 부활 교회를 건립한 것입니다. 교회는 335년에 완공되어 축성식이 거행되었습니다. 다음날인 9월 14일, 교회에서 성 십자가 현양 의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3세기 이후로 거룩한 십자가 현양 의식을 다시 지내게 된 것입니다. 페르시아인들은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성 십자가를 14년 동안 탈취했지만 비잔틴 제국의 경건한 황제 이라클리오스는 성 십자가를 되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628년 9월 14일, 황제는 신을 벗고 곤룡포가 아닌 검소한 옷으로 성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부활 교회를 향해 행렬하여 예루살렘의 자카리아 총대주교에게 전달했고, 성당 중앙에 높이 세웠습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주여, 주의 백성을 구원하시고 주의 후사에게 강복하시고..."라고 찬양송을 불렀습니다.
그 이후로 동서방의 모든 교회는 공식적으로 십자가 현양 축일을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4세기 이후 교부들은 설교를 통해서 십자가에 대한 비유와 설명으로 교회와 신자들의 삶에서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처음부터 십자가의 능력이 요술 같은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성 십자가는 모든 가치를 신성과 인성을 가지신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결정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셨고, 십자가는 거룩한 주님의 피로 물들여졌습니다. 그래서 십자가가 거룩하게 되었고, 주님의 은총을 가져오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거룩한 교부들, 특히 니키타스 교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십자가에 경배하는 것은 참으로 그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며 그분에 대해서 고백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경배하는 것은 그 십자가를 경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매달리셨던 십자가에 경배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겸손하게 우리 마음을 숙여서 예수님께 경배하는 것입니다." (니키타스 판플라고노스 PG 105, 28-29.)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는 십자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여러분, 우리는 거룩한 십자가 현양 축일을 축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일원이 깨달음의 빛을 얻고 신성한 기쁨의 빛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십자가가 높이 들어 올려졌습니다. 그리고 죄 때문에 타락한 인류도 같이 일으켜졌습니다. 십자가가 우리를 보호해 주기 때문에 우리는 악마의 불화살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수백만 종류의 선함의 근원입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입니다. 십자가는 절망하는 자들의 구원입니다. 십자가는 어려운 생활 환경에 처한 이들의 안전한 항구입니다. 십자가는 환자에게는 의사입니다. 십자가는 죄를 짓게 하는 욕정으로부터 멀어지게 해줍니다. 십자가는 믿음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스, 로고스, '십자가에 관해서' 강론 βʹ. Migne P.G. 49 p.p. 407-418. 발췌)
크레타의 성 안드레아는 십자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십자가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주시는 사다리입니다. 십자가는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줍니다. 위험에서 우리를 구해주고 슬퍼하는 우리를 위로해 주고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도와줍니다. 십자가는 과부와 고아들을 돌보아 줍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는 자에게 용기를 채워주고 비겁함을 쫓아내 줍니다." (크레타의 성 안드레아 로고스 Α´ 생명을 주시고 경배하는 십자가 현양에 관해서 PG 97, 1017-36. 발췌)
형제 여러분, 주님께서 흘리신 피로 물든 십자가는 우리에게 이 모든 축복과 그 밖의 모든 것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우리의 모든 필요에 대해 그분의 은혜와 능력을 자주 간구합시다.
새로운 하루의 햇살을 맞이하도록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아침에 일어나면 십자 성호를 긋도록 합시다. 일을 시작하고 끝날 때도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모든 선하심에 대해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감사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우리가 필요로 할 때마다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전능하시고 자애로우신 주님의 도움과 보호를 요청하면, 다른 사람들이 체험하듯이 우리 삶에서 기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