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고르디오스 순교자 (1월 3일)
로마군 백인대장
성인은 4세기초 디오클레티안 황제(284-305 재위)의 대박해 당시 로마군의 백인대장이었다. 소아시아 동부 카파도키아 지역의 동향(同鄕)인인 그리스도인들에게 가해진 박해의 잔인함을 직접 지켜본 성인의 마음은 분노로 가득 찼다. 성인은 자신의 군인 계급장을 내던져버리고는, 우상숭배자들의 수치스러운 행위에 동조하는 대신에 험준한 산으로 가 야생 동물들과 함께 사는 삶을 택했다.
호렙산으로 피신한 엘리야 예언자처럼(열왕기상 19장 참조) 성인께서는 금식과 철야예배, 기도, 하느님 말씀에 대한 끊임없는 명상 등을 실천함으로써 당신 영혼의 눈을 깨끗하게 하셨으며, 이로써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원형경기장
성령으로 가득 찬 성인께서는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를 기려 원형경기장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보기 위해 모든 시민들이 모여 있는 도시로 내려가셨다. 경기장으로 간 성인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하였다. “나를 찾지도 않던 자 또한 만나 주었다. 나의 이름을 부르지도 않던 민족에게 ‘나 여기 있다, 나 여기 있다’ 하고 말해 주었다”(이사야 65,1)
군중들의 소리가 잦아들고 나서 통치자 앞으로 끌려 나간 성인께서는 당신의 이름과 계급, 군대를 떠나 산으로 들어간 이유 등을 말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황제의 하수인으로서 가장 잔인하게 그리스도인들을 고문하는 통치자 앞에서 당신의 신앙을 고백하기 위해 왔노라고 선언하였다.
영원한 삶을 위해
통치자는 몹시 성이 나서 온갖 방법으로 성인을 고문하도록 하였으나, 성인은 단 한 마디로 이렇게 대꾸하였다. ‘이 모든 고문 따위를 당하면서도 내가 슬퍼지는 것은 나의 주 그리스도를 위해 (여러 번 죽을 수 없고) 단 한 번 밖에는 죽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성인은 시편을 읊조렸다. “주님께서 내 편이시라 나에게는 두려움이 없나니. 누가 나에게 손을 대리오?”(시편 118,6)
성인은 당신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찾아온 친구들에게도 ‘죽음이 두려워 머뭇거리지 말고, 어차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이 죽음을 기꺼이 하느님께 바침으로써 일시적이고 덧없는 (지상의) 삶에서 영원한 (천상의) 삶으로 나아가자’ 라고 말씀하셨다. 마침내 사형선고를 받은 성인께서는 모든 시민들이 따르는 가운데 성 밖으로 나가 성호를 긋고는 목이 잘려 순교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