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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영성의 샘터

금식에 대하여

 

 

금식에 대하여


"금식은 남에게 원한을 품거나 싸우며 지키는 것이 아니다. 

금식은 남을 비난하거나 다투며 지키는 것이 아니다. 

금식은 허영이나 간교함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금식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겸허하게 지키는 것이다."

 

 

금식은 주님 시대부터 사탄과의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영적 무기였다. 강력한 사탄의 도전에 기도와 더불어 금식으로 대처해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주님뿐 아니라 사도와 성인들도 자신들의 성화(聖化)를 위해 금식으로 죄악의 굴레를 이겨 나아갔다.

이런 배경으로 교회는 금식에 대해 정의하고 기간과 날짜를 정해서 지키게 했다.

 

금식은 우리를 회개하게 만들며 죄악에서 멀어지게 하고 겸허함을 갖고 영적인 승화를 하게 한다. 그리고 금식은 곧 금욕(禁慾)이므로 순종을 가져오게 하고 또한 순종은 주님의 모든 계명을 지키게 한다.

금식은 욕망을 억누르는 힘을 배양 시켜 준다. 즉 영혼이 육신을 지배케 해준다. 교부의 언급처럼 금식은 영적인 날개가 되어 하느님께 오르게 해준다.

 

금식을 잘 지키는 사람은 도리어 얼굴이 빛나고, 그 힘으로 영적인 모든 것을 충족 시켜 준다. 반대로 금식을 무시하고 가볍게 생각하여 지키지 않는 사람은 금식으로 이룰 수 있는 영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 

그리고 금식을 지키지 않는 자는 교회의 규범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주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니 곧 죄짓는 일이다.

 

교부들은 금식에 대해 이렇게 권고한다. 

"모두 똑같이 금식을 지킬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모두 똑같은 상황에서 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령 차이나 건강 상태, 신체 조건, 직업 관계 등으로 사람에 따라 그 생활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금식의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배불리 먹는 것을 피하는 것이며 맛있고 값진 음식을 삼가는 것이다. 또한 금식이란 먹고 마시는 것만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죄스러운 행위나 말 그리고 사악한 생각 등 모든 죄의 요소를 끊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지키는 금식이 이러한 참된 금식이 되도록 노력하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금식이 아니라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밝은 표정으로 기쁘게 지키는 금식이 되도록 하여 우리 영혼을 정결하게 하고 육신을 깨끗하게 하며 음식을 끊는 것처럼 죄악을 끊어 버리는 금식이 되어야 한다.

 

"입으로만 금식할 것이 아니라 눈과 귀와 발과 손 그리고 몸의 모든 부분으로 금식하라." (성 요한 크리소스톰)

 

어떻게 금식할 것인가? 

금식은 고기나 생선, 달걀, 유제품, 기름 등 모든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되는가? 

아니다. 음식을 금하는 동시에 다른 것도 금해야 한다고 하셨다. 즉 죄적인 것을 금하라는 것이다.

 

혀로는 거짓말과 남을 모욕하는 말과 근거 없는 말을 금하고, 저주와 험담과 악담과 음담을 금하여 우리 몸의 소중한 부분인 혀를 깨끗하게 지킨다.

 

눈으로는 충동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을 보는 것을 금하고, 우리 영혼을 더럽히는 어떠한 것들도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단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는 것으로 인해 죽음의 죄에 떨어진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다윗은 이렇게 말한다. "헛된 것에서 나의 눈을 돌리시고 당신의 길을 걸어 생명을 얻게 하소서."(시편 119,37)

 

귀로는 불순한 소리를 듣지 않게 하고 음담패설과 근거 없는 말과 죄악적인 충동을 일으키는 소리와 퇴폐적인 노래를 듣지 않도록 한다. "나를 없애려는 자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날이면 날마다 나를 중상하였사옵니다. 그러나 나는 아예 귀머거리가 되어 듣지도 않았고,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었습니다."(시편 38,12~13)라는 다윗의 말을 상기하며 우리의 귀를 깨끗하게 지킨다.

 

머리로는 영혼을 어지럽히는 쓸데없는 상념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고 사악한 생각과 교만한 생각, 그리고 수많은 잡념을 하지 않게 하며 '그리스도의 생각'(고린토 전 2,16 참조)이 되게 하여 우리의 머리를 깨끗하게 지킨다.

 

마음으로는 "마음에서 나오는 살인, 간음, 음란, 도둑질, 거짓 증언, 모독"(마태오 15,19) 등이 자리 잡지 않게 한다. '하느님, 깨끗한 마음을 새로 지어 주시고'라는 다윗의 기도를 기억하며 우리 마음을 깨끗하게 지킨다.

 

손으로는 도둑질하거나 손찌검을 하지 않게 하고, 거짓 선서를 하거나 헛손질을 하지 못하게 하고 영혼을 더럽히는 동작에 사용되지 못하게 하여 우리 손을 깨끗하게 지킨다.

 

발로는 죄짓게 될만한 장소에 가지 않게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여러 형태의 죄악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런 곳에 발길을 돌리지 않음으로써 우리 발을 깨끗하게 지킨다.

 

이제 성령께서 이루어 주시는 덕을 쌓으며, 우리 하느님 그리스도의 거룩한 수난에 참여하고 거룩한 부활의 기쁨을 맞이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