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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신앙/오늘의 축일

[1월 4일] 성 아폴리나리아 수녀

Αγία Απολλιναρία

 

성 아폴리나리아 수녀 (1월 4일)

 

고귀한 집안의 처녀

레오 1세 황제(457-471) 시대에 로마의 행정장관이었던 안티무스의 딸인 성녀께서는 외적인 아름다움과 지적인 면 모두에서 당대의 비슷한 또래 처녀들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열렬한 사랑으로 불타던 성녀께서는 오래도록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동정을 지키면서 주님께 온전히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것과 또한 주님께서 이 지상에서 머무르셨던 장소들(성지)을 순례하는 것에 대한 허락을 받아냈다. 이윽고 예루살렘에 다다른 성녀께서는 자신을 수행해온 많은 하인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리고 값비싸고 화려한 의복과 보석들과 돈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남장한 여인

그런 다음 성녀께서는 오직 한 명의 내시와 늙은 여종만을 거느린 채 금욕적인 수도생활을 하는 이들의 낙원인 이집트로 향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성녀께서는 육체적인 욕구를 영적인 힘으로 제어하면서 수년 동안 보냈다. 그러는 동안 끊임없이 달려드는 열대지방 모기의 공격을 인내로 버틴 성녀의 예민한 피부는 거북의 등처럼 거칠고 단단하게 변해갔다. 그 뒤 한 이름난 수도원으로 찾아간 성녀께서는 짐짓 도로테오스라는 이름의 내시인 것처럼 꾸밈으로써 그곳에 받아들여졌고, 그곳에서 밤낮으로 기도하며 영적인 수련을 더 치열하게 하기 시작하였다.

 

기도와 인내로 보낸 날들

한편 사랑하는 딸이 사라진 고통에 더해 막내딸마저 귀신에 들리자 안티무스는 그 어린 딸을 수도자들에게로 보내며 그들의 기도를 청하였다. 그러자 수도자들은 그녀를 내시 도로테오스에게로 보냈고, 성녀께서는 며칠 동안 간절히 기도하여 그녀(곧, 자신의 여동생)를 온전히 낫게 해서 다시 되돌려 보냈다. 그런데 여동생이 집에 돌아온 뒤 곧바로 그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도자 도로테오스(곧, 성녀)를 의심한 안티무스는 머뭇거림 없이 그를 불러들였는 데, 그가 바로 자신의 잃어버린 큰 딸이며 막내딸을 귀신에서 구해낸 자임을 확인하고 크게 놀랐다. 성녀는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지 말도록 가족들과 굳게 약속한 다음 다시 수도처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성녀께서 안식하신 뒤에야 비로소 수도자들은 그가 바로 남자로 변장한 아폴리나리아 성인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