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 (갈라디아 3,23-4,5)
(소티리오스 대주교)
사도 바울로는 율법에 따라 살던 그 시대 사람들의 영적 상태와 그 이후에 그리스도를 믿고 사는 사람들의 영적 상태를 갈라디아인들에게 보내는 서신중에서도 오늘 읽은 사도경에서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영적인 면에서 어린이 같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영적으로 성숙한 어른처럼 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율법이 해주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미리 준비시켜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 제대로 믿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옛날에도 그랬듯이 성 안 쪽의 제한된 공간에서 반드시 살아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율법의 형식적인 조항들을 유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자유롭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리스도를 우리 주님이시며 하느님으로 믿고 세례를 통해 그분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계속해서 사도 바울로는 우리가 받은 세례 성사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설명합니다.
“세례를 받아서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간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를 옷 입듯이 입었습니다.”(27절) 우리의 구원자이신 그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예수님과 합일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와 참으로 하나가 되어서 그리스도의 옷이 우리 몸에 딱 맞는 옷처럼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었으니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그분의 자녀로 입양해 주셨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성령이 하느님을 ‘아빠, 나의 아버지여!’라고 부르도록 용기를 준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성령이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라고 증명시켜줍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도 그러한 확신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며 상속자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을 함께 만끽할 하느님의 상속자 말입니다. (로마 8,15-17 참조) 사도 베드로는 이렇게 부연 설명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선택된 민족이고 왕의 사제들이며 거룩한 겨레이고 하느님께서 선택한 백성입니다.”(베드로1서 2,9 참조)
주님께서는 이러한 특별한 영예를 각 사람에게 주셨습니다. ‘남자나 여자나 혹은 어떠한 사회 계층에서라도 아무런 차별 없이 주셨습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은 모두 한 몸을 이룹니다.’(3,28 참조)라고 사도 바울로는 강조합니다.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를 향한 우리 믿음만으로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높은 영광스러운 자리까지 우리를 올려주셨는지 아시겠습니까?
이러한 사실을 대순교자 성인들은 깨닫고 있었습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영광스러운 대순교자이신 카테리나 성인도 이런 분 중에 포함됩니다. 이교도를 숭배하던 로마 제국 시대 때 그리스도인들을 고문하고 박해해서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부정하라고 강요했던 그 시절에 성인은 사셨습니다. 주후 305년 알렉산드리아의 막센티오스 통치자도 카테리나 성녀가 그리스도를 부정하도록 압박했습니다.
처음에는 150명의 이교도이자 철학자, 교사, 웅변가들을 불러 모아서 고대 철학의 지혜를 빌려 토론하면서 카테리나 성인의 마음을 바꾸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성인은 거룩한 성령의 빛을 받아서 그리고 풍부한 철학의 지식을 사용해서 그들을 물리친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교도들이 그들의 이론들을 부정하고 그리스도를 믿도록 했습니다. 막센티오스는 몹시 분노하여 엄청난 고문으로 성인을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성인은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에 자신의 삶을 주님께 바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견뎌냈습니다. 카테리나 성인뿐만이 아닙니다. 3세기에 걸쳐 그리스도교를 박해했을 때 거룩한 수많은 순교자는 이와 같은 삶을 선택했습니다. 성인전을 읽어보면 고문으로도 부귀영화로도 그리고 인간적인 명예로도 거룩한 순교자들의 마음에 있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오직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기쁨을 만끽할 하느님의 왕국으로 이들의 눈길은 향해 있었습니다.
형제 여러분, 사도 바울로는 그리스도를 믿고 그분과 합일하여 사는 자들에게 하느님께서 가장 귀중한 선물을 주셨음을 다음과 같이 확신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리셔서 하늘에서도 한자리에 앉게 하여 주셨습니다.”(에페소 2,6) 이보다 더 높고 더 영광스러운 소중한 것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영예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