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하는데...
오늘의 우리 사회는 모든 면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사람들은 그 원인이 가치관의 혼돈에 있다고 한다. 확고한 가치 기준이 없기 때문에 자기 주관을 세우지 못하고 그저 남을 모방하거나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며 남에게 끌려가기도 하는 것이 오늘의 세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하는데...'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나라고 어떻게 달리 할 수 있단 말인가? 나도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 달리할 수 없다”라고 덧붙이는 변명도 듣는다. 이렇게 변명하면서 그들은 특히 젊은 세대는 이 시대의 잘못된 조류에 휘말려 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들 그렇게 하는데...'라고 하는 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기만인 것이다.
왜냐하면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한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합리화시키려는 그들의 의도는 분명히 하나의 기만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않는 이들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무시되거나 무능한 존재로 취급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이들은 자기 분야에서 자기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남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행위가 이렇게 자기 확신이 없고 자기 기만적인 데서 나오는 것인 이상, 그 행위가 그대로 계속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즉 가정과 직장과 학교에서 삶의 자세를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다.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사람은 자기 주관이 확립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기 삶의 원칙이 없다. 생활 ‘신조’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은 아무리 자기가 잘난 체 하고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자기 생활을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생활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조정되는 것이다.
성년이 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자기 주관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세태를 따라 하는 사람들의 부류에 포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청소년들의 사고방식과 생활관 그리고 그들의 생활 자세가 건전하게 성숙되는 데에는 진정한 사랑과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사랑으로 대화하고 깊은 사고력을 키워주고 바르게 충고하고 권고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사실을 잘 알고 참된 지혜가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다고 하였다. 아무나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자세를 정립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아는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원하시고 어떻게 하기를 바라시는가를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뜻은 “선하고 마음에 들고 완전하기”(로마 12,2) 때문이다.
하느님의 뜻은 순수한 사랑에서 나온다. 하느님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신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더 좋고 더 유익한 것만을 주신다.
그래서 시편 저자는 그의 생활 체험에서 얻은 바를 이렇게 노래한다. “당신의 말씀은 내 발에 등불이요 나의 길에 빛이옵니다.”(시편 119,105)
성서에 기록된 하느님의 법은 사람들의 체험에서 얻은 것과 일치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그 법을 깊이 연구하면 그것을 체험한 것과 같은 진리를 얻고 그 진리로 삶의 방향을 잡는다.
그리하여 비단 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체험으로 얻은 것과 같은 지혜 있는 사람이 된다. 시편은 이 사실을 “당신의 법령들을 내가 지키어 노인들보다도 더 슬기로와 지리이다”(119,100) 라는 말로 확인하게 해 준다.
이런 자세가 되어 있을 때 청소년들도 그들의 부모와 윗사람들의 지도와 충고를 받아들이게 되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것이라고는 ‘다들 그렇게 하는데...’ 라고 하는 말밖에 없으면서도 ‘나도 다 알아요...’ 라고 하는 반발을 멈추게 되고 하느님의 법에서 남에게 끌려 들어가지 않는 힘을 얻어 자기 길을 굳건하게 걸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도 우리 주위 사람들의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모범이 세상에 크게 나타나는 모범은 되지 못할지언정 우리 주변을 밝히는 밝은 모범이 되어 혼돈된 사회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특히 청소년들은 “다들 그렇게 하는데...”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뜻하시는 대로 바른길을 간다는 확신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믿는 사람의, 특히 경건한 젊은이의 지표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