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 거룩한 하느님의 집
(소티리오스 대주교)
성찬예배나 다른 예배에서 대연도를 할 때, 첫 번째 드리는 평화를 위한 연도 다음에 이런 연도가 올려집니다. "이 성당을 지켜주시고, 주를 믿고 경건한 마음으로 이곳에 들어오는 이들을 받아주소서."
교회는 이 연도를 앞부분에 배치하여 신자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집’에 대해서 함께 기도를 드리자고 합니다. 이는 성당이 신자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게 해줍니다. 하느님의 집은 지역 성당에 속한 영적 자녀들이 함께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친교하고 예배를 드리기 위해서 모이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모든 자녀를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으시며,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는 그들이 당신의 곁에서 위로받기를 원하십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오 11,28)
주님께서는 당신의 성당에 오는 신자들을 쉬게 하실 뿐만 아니라, 복음 선포와 거룩한 설교를 통해서 가르치고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인도해 주십니다. 주님의 성체성혈과 맺는 성스러운 친교는 신자들에게 거룩한 은총을 풍성하게 내려주시고, 하나가 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시며, 삶의 투쟁을 굳건히 할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따라서 신자들의 삶은 하느님의 집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 아버지의 집에 머무는 신자들은 세례성사를 통해서 다시 태어나고, 결혼성사를 통해서 젊은 남녀가 한마음 한 몸으로 합일되는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신자는 하늘나라로 떠나는 날까지 성당에서 영적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으며 위로받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교회 신자들이 거룩한 성전을 사랑하고 공경하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지역 성당이 세워지면 소속 공동체는 성당 건축에 기여하고, 성화들과 등잔들과 성물들과 그밖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갖추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만약 성당이 오래되었다면 유지 보수를 꾸준히 하여 잘 보전되고 운영할 수 있게 힘씁니다. 또한 성찬예배에서 사용하는 성체빵, 성체용 포도주 그리고 등잔에 넣을 기름 등 필요한 성물을 봉헌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관리와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각자의 능력과 형편에 따라 기꺼이 헌금합니다.
성당을 항상 깨끗하고 반듯하게 유지하기 위해 봉사하는 신자들을 기억하면서 교회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특별한 기도를 드립니다. 그중 다음과 같은 기도문이 있습니다. "당신의 권세로 교회를 보호해 주시고 이 성당을 사랑하여 아름답게 꾸미는 이들을 거룩하게 하소서."
우리는 비록 작은 봉사를 성당에 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서 하느님으로부터 거룩함과 신성한 영광과 힘을 받으니, 이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성당 건축에 봉헌하거나 기부한 분들이 살아있거나 안식을 했을지라도 그들을 위한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 성당을 세운 복된 설립자들과 이곳과 모든 곳에서 고이 잠든 우리 정교회 부모들과 형제들을 위하여 기도드리나이다."(성찬예배와 조과, 만과 등 각종 예배에서 올리는 기도)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을 잘 이해한 신자들은 성당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힘닿는 대로 봉사하거나, 성당이 잘 운영되도록 필요한 비용을 헌금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성당을 위해서 드리는 기도입니다. "교회를 위해 기도드립시다"라고 하는 기도는 여러 세대를 이어가며 계속하여 성당이 잘 보존되기를 간구하는 청원입니다. 오랜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교회를 파괴하려는 수많은 공격을 받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쟁의 폭격에서, 화재 속에서, 무분별한 철거에서 온전히 남아있는 정교회 성당이 몇 개나 있겠습니까?
살아가는 곳에서 성당이 없어진다면 신자들은 영적으로 또 예배를 드리는 신앙생활에 큰 타격을 받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부활절에도 성당에 갈 수 없었던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이 성당의 부재라는 아픔을 피부로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시련은 단지 몇 개월에 불과한 것입니다. 만약 오랜 세월 동안 성당이 없어져서 못 간다고 한다면 얼마나 큰 시련과 불행이겠습니까?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사랑과 관심으로 성당과 함께해야겠습니다. 성찬예배 집전자가 "이 거룩한 성당을 위하여 기도드립시다."라고 할 때마다 또는 "주여, 주의 사랑으로 우리와 거룩한 집을 굽어 살피시고"(성찬예배 제 1 안티폰의 기도 중에서) 라고 기도할 때마다 우리 영혼은 온갖 정성을 기울여 함께 기도에 동참해야겠습니다.
성찬예배가 끝나고 나서 우리는 주님께 믿음 안에서 뜨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요청합시다. "이 거룩한 당신의 집인 성당을 영원히 굳건하게 해 주소서."라고 말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