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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 영성/말씀과 함께

선행의 열매

사도 바울로께서는 이기심과 싸워 이기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된 사랑을 길러 나아가라고 권유하신다.

 

선행의 열매 (로마 2,10~16)

(빵그라띠오스 대신부)


“착한 사람이 상을 받는다”(시편 58,11)는 다윗의 언급을 사도 바울로는 '선행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영광과 명예와 평화라는 세 가지의 상을 받게 될 것'(로마 2,10)이라고 분명하게 가르쳐 준다.

선행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어려움을 제치고 좋은 일을 하며 선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것은 우리가 선행의 원천이신 하느님으로부터 하느님의 모습과 닮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그분이 창조하신 사람들과 모든 피조물들을 보살피시며 구원되도록 해 주신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안에서 어떤 힘이 우리를 선행 쪽으로 밀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선행을 유발하는 힘이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죄 때문에 약화되고 말았다. 사도 바울로께서는 오늘 봉독한 말씀으로서 우리 모든 사람이 우리 안에서 그 힘을 키워 가기를 원하시면서 “선행에 열성을 다하는”(디도 2, 14) 사람이 되기를 바라셨다.

그러면 우리 안에서 이 힘을 키워 나가는 데 있어서 그 힘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우리가 더 활발하고 창의적으로 선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원동력이 되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상이다. 즉 영광과 명예와 평화의 세 가지 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 상 중의 상은 단순히 어떤 일을 하느라고 수고했다고 해서 주어지는 상이 아니다. 이 상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상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깊은 데에 있는 인간의 본질에 부합되는 상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그리고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 사람들끼리도 서로 관계를 맺고 산다.

그러면서 사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봉사한다. 그리고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에게서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그것이 봉사에 대한 상이고 수고에 대한 보상이다. 사도 바울로께서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이 상을 인정하셨다. 그리고 그 상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다.

하느님으로부터는 영광을, 사람들로부터는 명예를, 그리고 우리 자신으로부터는 평화를 받는다고 하셨다.

 

복음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신도들이 선행은 하느님을 영광되게 하는 것이라고 하며 하느님께서 그들이 하느님을 영광되게 한 데 대해 보답해 주신다는 약속을 해 주셨다고 가르친다. 이 약속이 성인들에게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하느님께서 그들을 영광되게 해 주셨지 않는가! 그 영광이 그들의 이름으로 또 업적으로 인류 역사에 남아 있지 않는가! 그것이 하느님의 상이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사람들이 주는 상이 내려지는 것이다.

 

그것이 명예이다. 이 명예는 사람들로부터 받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가 선행을 베풀며 덕을 쌓는 삶을 권유하면 이 명예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늘 우리를 책망하기만 하니, 그를 보기만 해도 마음의 짐이 되는구나. 아무튼 그의 생활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고 그가 가는 길은 엉뚱하기만 하다”(지혜서 2, 14-15) 하고 하며 반발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믿음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하느님의 백성들로 이루어지는 한 가정이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선행으로 덕을 쌓고 성인이 된 분들을 공경하고 있다. 교회는 매일 한 분이나 그 이상의 성인들을 축일로 정해 놓고 그분들의 덕성을 기릴 뿐만 아니라 육신의 삶으로도 덕을 쌓음으로써 거룩해진 그들의 성해(성인의 우골)를 공경한다.

 

선행의 세 번째 상이 되는 것이 자신의 평화이다. 이 평화는 선행을 베풀 때 느끼는 자신의 내적 기쁨과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선행을 베푼다는 것은 꽃에서 향기가 나는 이치와 같은 자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태양이 빛을 발하고 따뜻하게 하여 생명을 주는 것이 태양과 자연의 관계이고 그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평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사람이 선행을 베푸는 것도 그 본성으로 봐서 자연스러운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오늘날의 이 시대는 아주 작은 선행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시대의 죄악적인 삶의 방식에서 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이 사람을 이기주의자로 만든다.

 

그래서 사도 바울로께서는 이기심과 싸워 이기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참된 사랑을 길러 나아가라고 권유하신다.

선행의 원동력은 높은 데서 내려오는 거룩한 빛이다. 그렇지 않고 사람에게서 나올 때에는 좋은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 뒤에는 자기 이해관계가 숨어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데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 우리도 선행을 위해 일하고 덕을 쌓는 생애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