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딸과 결혼한 황태자
황태자인 성 베드로(수도자 이름은 다비드) 성인과 황태자비인 성 페브로니아 (수도자 이름은 에프로시니) 성인은 무롬(Murom)의 기적 성인들이다. 베드로 황태자는 무롬의 군주인 유리 블라디미로비치의 둘째 아들이었다. 베드로 성인은 1203년 무롬의 군주가 되었다. 군주가 되기 여러 해 전, 성인은 나병(癩病, leprosy: 문둥병 또는 한센씨병이라고도 함.)에 걸렸고, 아무도 그 병을 고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성인에게 한 환상(vision)이 보였고, 그것을 통해 성인은 한 양봉업자(養蜂業者, bee-keeper: 벌을 쳐서 꿀을 얻는 일을 하는 사람)의 딸이 자신을 낫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여인이 바로 리아잔(Ryazan) 지방의 라스코바(Laskova)라는 마을에 사는 한 소농(小農)의 딸인 경건한 처녀 페브로니아였다. 페브로니아를 본 베드로 황태자는 성녀의 경건함과 지혜, 덕스러움에 이끌려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병이 다 나은 다음 그와 결혼할 것이라고 약속하였다. 페브로니아 성인은 황태자의 병을 고치고 나서 그의 아내가 되었다. 사랑스러운 두 부부는 많은 역경을 거치면서도 서로 변함없이 사랑하였다.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지켜주는 부부성인
그런데 거만하기 그지없는 귀족들은 평범한 집안 출신인 황태자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황태자더러 페브로니아와 헤어지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성인은 이 요구를 거절하였고, 귀족들은 이에 맞서 두 부부를 추방하였다. 베드로와 페브로니아 성인은 고향 도시를 떠나 작은 배를 탄 채 오카(Oka)강을 따라 내려갔다. 그러는 동안 페브로니아 성인은 베드로 성인을 계속해서 위로하였다. 오래지 않아 하느님의 진노가 무롬의 도시에 내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베드로 성인더러 페브로니아 성인과 함께 어서 돌아오라고 간청하였다. 두 부부 성인은 그들의 경건성과 자선행위로 유명하였다. 두 성인은 다비드와 에프로시니라는 수도명을 받고 수도자가 된 뒤, 1228년 6월 25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안식하였다. 성인들의 시신은 함께 매장되었다. 베드로 성인과 페브로니아 성인은 그리스도교적인 결혼의 아름다운 본보기를 보여주었고, 자신들의 기도와 중보로써 새로이 결혼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전해주신다. 무롬의 수도자 베드로 성인의 성해가 가평의 구세주 변모 수도원에 모셔져 있다.